마흔 일기

이 길을 통과할 무렵

by Happyman


"이 길을 통과할 무렵"


어제부터 비가 종일 내렸다. 내리는 빗방울 소리조차 내 마음을 조금씩 울린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요즘. 답답한 것도 없고 그렇게 큰 기대도 어느 때부터 없어진 지 오래다. 어떠한 도움도 다 끊겼고, 스스로 힘으로 무엇인가 해결할 것이라는 마음조차 없어졌다. 도리어 못난 내 모습이 불쌍하게 느껴질 뿐이다.

하루하루 발버둥 치며 이겨내려고 노력했는데 매번 실패를 하게 된다. 실패 하나하나가 쌓이게 되니 위보다는 아래를 보며 머리를 숙이게 된다.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을까? 남들의 어설픈 위로가 그렇게 내 마음을 와닿지 않는다.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처음에는 화도 많이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나를 이런 구렁텅이에 빠지게 한 몹쓸 그들의 얼굴이 생각이 나서 그런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하면 복수할 수 있을까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느 때는 새로운 소망도 생겼다. 좀 더 나아지겠지, 지금보다 더 나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그것들에 무작정 도전하게 되었다. 결국 다 떨어지고 실패를 보았을 때 더욱 깊은 낙심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다.


사람들에게 요청도 해 보았다. 어느 누구는 내 이야기를 듣는 척하며 나를 비아냥거리기도 했고, 듣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들도 만나보게 되었다. 나이에 불문하고 나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나의 편이 되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이었다.


그 많던 사람들이 서서히 거치게 되었고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이들 몇 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들조차도 나를 도울 수 없는 녹록지 않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이 상처 받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이러한 어려움이 생기는 것도 보다 어려운 이들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위대한 은혜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잘난 맛으로 살던 내가 이런 어려움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심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좀 더 낮아지고 겸손해지고 있는 것 같아 잠시나마 위로가 된다.


하루하루 그 분만을 찾는다. 찾을 분은 그분밖에 없기 때문이다. 홀로 광야에서 서있던 나는, 혼자 남게 된 지금 이 상황에서 간절히 그분을 찾게 된다. 가끔은 나의 목소리만 들려오지만, 나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롭기도 하지만 말이다.

계속적으로 실패를 겪다 보니 경험하게 되는 그 낙심은 말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참 어렵다. 이유라도 들으면 좋으련만 그저 더 깊어진 낙심이 나를 더욱 직눌러 버린다.


새로운 곳에 새롭게 도전을 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점점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데 말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곧 나가야 한다. 잘 마무리되어서, 잘 정리되어서 나갔으면 좋겠지만 흘러가는 것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여튼 계속적인 실패를 경험을 하는 이때에 그분의 인도하심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내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면서, 불안하여 무작정 도전하려고 했던 못난 나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나를 돌이키기 위하여 실패의 쓴잔을 허락하심을 알게 되었을 때에 그저 낙심보다는 감사가 넘쳐나기 시작하였다.


도리어 이 길을 허락하신 그분의 계획을 알게 된 후로 나는 이 길이 그저 고통스럽고 힘든 여정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저 힘들게만 느껴졌었는데, 내가 좀 더 연단할 수 있는 기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시어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그분의 손길을 느껴졌을 때 이제는 그 고통스럽고 지옥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지금 당장 분명하게 나의 길이 보이지 않지만 순간순간 인도하시는 그분의 손길이 느껴짐으로 언젠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대하여 감사할 줄 알고, 주어진 일들 가운데 최선을 다했을 때에, 그때가 어느 순간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다.


38. 이 길을 통과할 무렵.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