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일기

썩은 멜론의 깨달음

by Happyman
썩은 멜론의 깨달음

우리 집 독수리 오 형제 중 1호 2호 3호는 멜론을 매우 좋아한다. 수박같이 시원한 맛, 멜론 안에 있는 야들야들한 달콤한 맛, 영양가 득하고 수분 가득한 멜론은 우리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밥 먹자고 하면 어떻게든 안 먹으려고 하는데 멜론 먹자고 하면 후다닥 뛰어와 멜론을 먹을 정도다.


며칠 전 평소와 다름없이 마트에 들려 아이들에게 줄 멜론 2통을 샀다. 맛있게 먹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더운 여름이 지났는지 예전처럼 멜론이 별로 없었다. 다른 과일에 비해 한 구석에 처 박혀 있었고, 어느 이들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을 먹이겠다는 책임감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줄 멜론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눌러보는 것들 모두 물렁물렁한 느낌이 들었고 어느 멜론은 겉까지 썩은 듯해 보였다.


멜론 안이 참 달아서 물렁한가 싶어 겉으로 보기에 괜찮은 멜론 2통을 집어 계산을 하였다. 그리고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아이들에게 아빠의 깜짝 이벤트 ‘멜론 파티’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칼로 멜론을 자르는데 심상치가 않았다. 너무나도 잘 잘리기도 했지만 썩은 듯한 냄새가 나의 코를 찔렀다. 아니나 다를까 멜론 2통이 다 썩어 있었다. 결국 멜론 파티는커녕 구시렁거리며 ‘아니 이런 썩은 멜론을 그냥 팔아?’ 썩은 멜론을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었다.


겉으로는 참 멀쩡했다. 예전 먹었던 맛있던 멜론과 큰 차이가 없었고 더욱 달콤한 멜론처럼 보였었다.

썩은 멜론을 버리면서,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을 돌이켜보았을 때 나의 삶 어느 한 부분이 썩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겉으로는 참 멀쩡하다. 남들이 보기에도 참 부러워할 정도의 위치와 역할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분은 나를 향해 결단을 하기 시작하셨다. 스스로 고치기를 원했던 그분은 참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셨다. 지속적인 실수를 범하고 있을 때도 스스로가 깨닫고 다시 회복하기를 수차례, 참 오랫동안 기다리셨다.

나는 나이면서도 나를 제대로 잘 몰랐다. 내 안에 썩고 있는데도 자기 잘난 맛에 썩은 것조차 잘 알지 못했다. 겸손하지 못했고 참 많이 부족하지만 남들의 칭찬에 우쭐하곤 했다.


혹여나 나에게 피해를 주기만 하면 참 오랫동안 복수의 칼을 갈았다. 어느 날은 복수의 칼을 갈다 나의 손을 베기도 하면서 말이다.


소외된 이들을 돕는다고 하면서 나도 모르고 그들을 아래에서 내려다 보기도 했다. 그들의 시선으로 함께 동행해야 하는데, 나의 시선으로 판단하면서 맞지 않는 옷을 만들어 입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수많은 것들이 내 머리에서 스쳐간다. 막상 어려움이 생기고 막막해졌을 때 이제야 나의 연약한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나의 상황을 알고 계실까라는 생각에 그분께 원망도 해보기도 했다. 내가 그리 잘못했냐며 말하면서 말이다.


그분은 나를 정말 사랑하시며, 나를 잘 아시는 분이시다.

참다 참다 나를 회복시키려는 그분의 결단이 참 은혜롭기만 하다.

이제야 깨닫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려움이 있다고 원망을 해기도 했지만 나를 회복시키려는 한 과정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고난과 어려움으로만 느껴지기보다는 하루하루가 참 은혜롭기만 하다. 어찌 보면 이 일을 통해 연단되고 변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루어질 앞 일들이 참 기대가 된다.

쉽지 않지만 썩은 것은 빨리 알면 좋다. 그리고 썩은 것을 아는 순간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처음에는 잘 몰랐던 나의 인생 가운데, 어려움으로 내 안에 썩고 있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버릴 수 있어 너무나도 감사하다.


2통이나 멜론을 버리게 되어서 매우 속상하여 구입했던 마트에 직접 가서 따지면서 환불을 요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썩은 멜론을 통해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환불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멜론을 통해 돌이켜볼 수 있었던 것은 썩은 멜론을 환불받는 것 이상의 귀한 것을 생각하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어려움이 생겨도 어려움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왜 어려움이 생긴 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지금 당장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원망하고 낙심하기 십상이다.

그분은 이런 나를 썩은 멜론을 통해 깨닫게 하셨다.

참 다행이다. 지금에서야 깨닫고 돌이킬 수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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