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일기

버리고 정리하는 것

by Happ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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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정리하는 것

결혼할 때 구입한 것들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이사 올 때 정리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버리지 못하고 이곳으로 이사할 때까지 챙겨 오고 말았다.

새로운 집, 새롭게 이사한 온 집에 결국 가져온 짐들이 맞지 않게 되었다. 혹여나 가져온 짐들이 전체 환경을 흐트러지게 만들거나 이상한 분위기로 만들어버렸다. 어설픈 구조와 힘들게 가져온 몇 개의 짐들 때문에 답답함이 더해져만 간다.

그것을 알면서도 보다 쉽게 버리지 못했다. 평생 같이 해야 할 식구로 여기는지 버리는 것을 머뭇거리게 된다. 보다 좋은 것들을 산다고 해도 제법 돈이 많이 들게 될 것이 뻔하니 쉽게 다른 것을 구입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러다가 답답해서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두건히 서 있는 소파와 안쓰러운 커튼 그리고 몇몇의 짐들을 결국 정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새롭게 사게 되면 지출될 돈이 어마어마하겠고 좀 더 쪼들릴게 뻔하지만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결혼하고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했다며 부모님께서 사주셨던 소파인데, 우리의 포근한 집을 막아주었던 암막커튼을 이제야 버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괜히 씁쓸하기만 하다.


여러 가지 갈등과 고민 끝에 새로운 것들을 우리 집에 설치하게 되었다. 돈이 좋기는 좋나 보다. 지출 금액은 좀 컸으나 지금 집안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좀 더 집안 분위기가 고급스러워졌다. 아내의 미소가 어느 때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사는 것은 신중하면서도 버리는 것은 제법 많이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들과도 정이 들었고 매몰차게 버리는 것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하여튼 신중한 결단 끝에 새롭게 시작한 것은 또 다른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신중한 결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싫든 좋든 함께 하기를 원했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되기를 원해서 굳이 바꾸지 않고 지금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맘 같이 되지 않았다. 벌써부터 그들은 나를 몇 번이나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고 그렇게 살지도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벌써 나쁜 놈이 되고만 말았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는 순간들이었다.

그런데 내 마음은 내려놓지 못했다. 아니 그들과 어떻게 하면 함께할 수 있을지,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만 있게 되어 마음에 받은 상처가 제법 깊다.


상처를 받았으니 쉽게 버릴 만도 하지만 참 바보처럼 버리지를 못했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걸려 넘어져서 바보처럼 힘들게만 느껴지곤 했다.


버리면서도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까 싶어 보다 쉽게, 그리고 쿨하게 버리지 못했지만 등 떠밀리듯 그들을 버리고 말았다. 내 마음에 그들을 향한 미움과 분노들을 버리고 이제는 그들과 동행하지 않기를 굳건히 결심하였다.


스스로가 잘나서 그들을 판단하고 버리겠다는 생각보다는 결국 절대 변화되지 않는 그들인데도 나만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불쌍한 내가 안쓰러워 그렇게 저렇게 버리게 된 것이다.


버리는 순간 내 마음이 참 상쾌했다. 결국 버리고 새로운 것들을 채운 우리 집 거실처럼, 변화된 것 같고 또 다른 용기와 기대가 넘쳐흘렀다.


나를 포함한 몇몇 이들은 참 버리기 싫어한다. 그것이 당신들에게 독이 될 것이 뻔한데도 그들을 더욱 숨기고 버리지 않으려고 하니 참 미칠 노릇이다.

살면서 구입해야 할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처럼 버리고 포기해야 할 일들도 제법 있다. 너무나도 쌓이게 되면 쌓인 만큼 짐이 되어 결국 나를 향해 쓰러지고 말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당히 사야 되겠지만 산만큼 군형을 맞추도록 적당히 사는 것도 인간으로서 참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싶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것저것 사는 것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빈 공간 없이 쌓아두어서 답답한 공간이든, 내 마음이든, 사람과의 관계이든 너무 불편하다.


너무 넓은 빈 공간은 쓸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적당한 빈 공간은 어느 정도의 여유를 허락한다고 보인다. 내 마음속에서도 너무나도 힘들게 하는 이들이 많더라도 조금이 나라 숨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비워가는 게 어떨까 싶다. 그것이 나를 좀 더 쉬게 하고 여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다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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