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연단의 시간 속에서

by Happ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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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의 시간 속에서

높아지고, 화려할 때는 나의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그저 괜찮다고만 생각했지 곧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동료들보다 더 잘났다. 친구들보다는 더욱 잘났다. 애써 숨기려고 노력했건만 자연스럽게 나온 나의 모습이 참 그랬나 보다.


욕심이 많았던 아이였다. 책 보는 것을 좋아했던 것보다는 책을 꾸준히 보며 대학교 교수가 된 작은아버지에 대한 부러움이 컸던 것 같다.


화장실을 가더라도 책을 들고 갔다. 길을 걸을 때에도 책을 보면서 순간순간 넘어지는 위험도 적지 않았다. 어딜 가도, 어디로 여행을 가도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책이었다. 분명 읽지 않을 것이 뻔하지만 나의 마음을 보다 든든하게 여기게 만든 것이었다.


책과 한 몸이 된 나의 모습이 비록 낯설지만 남들의 시선 때문인지 맞지도 않는 어색한 모습이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쉬는 날이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거나, 서점을 가서 책을 보는 것이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돈이 들지 않는 취미생활인 지라서 오랫동안 유지해온 나의 취미생활이었지만 어찌 보면 남들의 시선 때문에 그런 삶이 유지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함께 해보게 된다.


남들의 시선과 칭찬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당연히 남들의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겉모습이 아닌 내 마음과 전체적인 삶 가운데 곪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놀라웠다.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있었고 정신 차리라고 했을 텐데 그때는 참 몰랐다. 나답지 않았고 그저 남들의 시선과 판단에 따라 부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하기 일쑤였다.


그 일이 벌어진 것은 벌써 2년이 다 지나간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시기였지만,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잊고 싶은 경험들이었지만... 어느새 눈을 떠보니 2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 한 기분이 들어서 허무한 기분도 들기는 하지만 더 넘어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멋모르고 그저 잘난 멋에 살던 내가 작은 어려움의 시작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진 않았나 싶다. 예전처럼 남들의 시선과 판단에 휘둘리고 싶지 않으며, 하루하루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들이 매번 밀려올 뿐이다.


부정한 일들을 하면서, 그것이 남들도 다 해왔던 일이라고 변명을 해놓았는데 결국 넘어짐 속에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무나 연약하고 부족했던 나를 더 깊이 보게 되었다.


출근하는 길 가운데, 예전의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얼마나 억울한 마음이 드는지 예전처럼 화도 나고 분노가 가득 넘친다. 어찌 보면 남들이 아직도 나에 대하여 판단하고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욱 커서 여전히 마음이 어렵고 힘이 드는가 보다.


그러나 그 분노 속에서 나의 연약한 모습을 보면서 예전처럼 살지 말자라는 다짐을 수백 번 수천번 다시 해보게 된다.


어려움이 있을 때는 다른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한다. 힘든 것에만 집중하게 되어서 내가 왜 이런 어려움이 생긴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볼 겨를도 솔직히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한꺼번에 여러 번 일어나 보니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변해가 버린 듯하다.

이제야 보게 된 나의 삶을 천천히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된 어려움이고 고난일지라도 그것이 나를 정신 차리게 만들었고 도리어 나를 연단하여 새로운 소망을 바라보게 되었다.


늘 매사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했던 내가, 어떻게 하면 잘살고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유치한 질문이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이 참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들게 된다.


왜 나한테 이런 어려움을 주세요?라고 부르짖은 적이 있었다.


늦은 밤에 앞날이 두려워 살려달라고 부르짖은 적도 제법 있다.


때 늦은 응답과 시원치 않는 듯한 응답에 하루하루가 참 버거울 뿐이었는데 이제야 돌이켜보니 부르짖기 전부터 그분은 나를 위해 일하고 계심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부터 나를 차근차근 다듬고 계셨다. 커다란 역사를 통해 변화되기를 바랐던 나였는데, 천천히 그 일들을 벌써부터 역사하고 계심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더욱 낮아지고 낮아지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라는 고민보다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참 감사하고, 예전과 다르게 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섬기겠다는 생각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나를 인도하신 그분. 그분이 이곳으로 인도하심을 믿기에 남들의 시선과 평가는 그리 거슬리게 들리지 않는다. 전에 있었던 어려움에 대한 변명거리가 아니라 부족한 나를 연단하는 그분의 손길이 참 위대하여서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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