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게 되니 조금이나마 알겠습니다.
아프게 되니 조금이나마 알겠습니다.
확진 판정이 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간 3일 동안 참 오랜만에 아팠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버틸만했습니다.
집 한 방 한편에서 혼자 격리되어 답답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몇십 년 만에 이렇게 잘 수 있고 쉴 수 있는 게 언제인가 싶습니다.
종종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연락을 온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걱정하는 사람은 가족인 것 같습니다.
침대에 한참 누워있었습니다.
창 밖으로 비친 하늘은 참 맑기만 합니다.
어느새 봄이 왔는지 푸른 빛깔이 올라와 비춥니다. 모든 것이 푸른 것보다 작게나마 올라온 푸른 것들이 더욱 희망을 더해줍니다.
걱정이 되셨는지 어머니가 전화가 오셨습니다.
당신도 코로나 해지되신 지 며칠 안되었는데 말입니다.
그저 걱정만 하실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지 않고 살았는데 이 김에 푹 쉬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사실 쉬면서 바쁘게 산 것이 맞는데 어머니의 말씀이 왜 이리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는 그분의 위로의 말씀인 듯 들려옵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시설에도 참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장애인 한분이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은 지 며칠 안되었는데 이제는 제법 많은 분들이 코로나에 확진이 되고, 돕는 종사자 분들조차 점차 확진이 되어 격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프다 보니까 그들조차, 장애인들 조차 걱정이 더욱 듭니다. 잘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왜 이리 걱정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시설에 남아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의 소식을 듣고 나니 저로서는 마음이 매우 불편합니다. 함께 힘을 합쳐 도와도 부족할지언정 나까지 빠져있는 상황인지라 더욱 미안한 마음만 더해집니다.
아프다 보니 내 마음이 더욱 여려집니다.
일하기 바빠 더욱 단단해져 버린 내 마음이 어느새 여려진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만 합니다. 그 마음 그 시각으로 만나는 이들을 보니 그저 안타깝게만 여겨집니다. 아마도 낮은 나의 시선과 여려진 마음이 만나는 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프다 보니 고생하는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보입니다.
어느새 커버린 아이들의 재롱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평소 충분히 즐기지 못했습니다. 때가 있는데 더욱 이뻐해 주고 사랑스러워해주었어야 했는데 그저 그렇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돌이 지난 막내딸의 재롱이 움츠려있는 제 마음을 녹입니다. 나름 자기 말로 섞어가면서, 자기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더욱 가까이 막내딸 아이를 살펴보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아프다 보니 지난 일들이 계속 생각나게 됩니다.
얼마나 억울했는지 아직까지 생각하며 울분을 토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일이 지나간 지 5개월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얼마나 억울한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당하기만 했던 내몰음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배신이 너무나도 컸고, 자기들 살아남기 위한 지질한 그들의 모습이 참 역겹기만 합니다.
그런 생각이 가득했었습니다. 아직도 화가 나지만 더욱 힘들었던 것은 그래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일했던 나에게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일들을 경험했던 것이었습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라는 생각을 보다 쉽게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프다 보니 그때 그 상황 그리고 사람들이 이해되기보다는 그냥 지난 간 일들이었음을 그냥 그렇게 생각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했습니다.
바쁘게 살던, 어찌 보면 교만했고 겁도 없이 살았던 나를 멈추게 하면서, 좀 더 겸손한 모습으로 단련시키기 위한 위대한 계획이었음을 이제야 생각되다 보니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분명 그런 일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언제 그런 상황에 그런 못된 사람을 안 만날 이유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여도 예전처럼 살지 않기를 다짐해봅니다.
아프니 남이 아팠음을 공감하게 됩니다.
아프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프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참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코로나 이놈이 세상을 죽일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통해 기존 변화되지 않는 것들이 변화되기 시작되었고, 각자가 좀 더 살펴볼 수 있는 기회 아님 나보다 남들을 더욱 살펴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가정을 통해 좀 더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그런 세상으로 변화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여튼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