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상처 지우개
지금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일부 영향이 있었던 것은 과거의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렇게 가난하게 살지 않았지만, 특별히 좋은 대학교 나와 효도하는 자식들은 없지만 평범한 가족이었고 그렇게 저렇게 효도하는 듯 살아왔던 것 같다.
큰 형인데도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누가 큰 형이고 동생인 줄 모를 정도로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자식 덕에 그렇게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결정적으로는 친척 누나 결혼식이 끝나고 친척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아침 일찍 아버지가 찾아오셨다. 피 뭍은 와이셔츠를 입고서 말이다. 자세한 것은 잘 모르나 결혼식을 마치고 아버지랑 작은아버지가 한잔을 하셨나 보다. 그런데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형이라는 사실을 싹 잊은 채 무작정 주먹질을 했나 보다.
그놈의 주먹질! 내가 어릴 때도 나한테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명절 때문에 다 모인 자리에서 밥상을 엎거나, 절을 하지 않는다고 부모님 앞에서 싸대기를 스스럼없이 때리는 자였다.
늘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큰 형도 보이지 않고 우리 가족의 대장 노릇인 양 말하고 행동하기 일쑤였다. 늘 자랑에 감춰진 우리 가족과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어찌나 작아 보이는지...
공무원을 가고 대학교를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째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희생했던 아버지. 그때 그 시절 아버지들이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하는데, 온 가족 중에서 자기가 제일 나가는 듯 뻣뻣이 곧은 목을 유지했던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의 모습이 제일 안쓰러웠다. 더욱 희생까지 하면서 그토록 살아왔는데 못난 동생 덕분들 때문에 우리 부모님의 상처는 그저 깊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잘나고 싶었고 그래서 그보다 더 잘했으면 했나 보다.
괜히 나이답지 않게 욕심이 그저 그들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 자식 자랑, 자기들의 자랑만 하기 바빴다.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는 왜 죄송스럽게 침묵하기만 했을까? 아마 자랑할 만한 것이 없어서는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인지 요즘 들어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자기가 잘난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남들이 잘하는 것은 왜 이리 시기 질투만 하는 것일까?
어느새 시간이 흘러 그들도 제법 기가 죽은 듯하다.
그렇게 잘난 자식들도 우리와 비슷비슷하게 살며 곧 명예퇴직의 불안감 때문에 때늦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역전이라고 할까?
그리 침묵하셨던 부모님께서 바뀌기 시작하셨다.
잘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살고 있고 어느 자식들보다 더 많은 효도를 받아서 그런지 예전과 다르게 매우 당당해지셨다.
자식 자랑도 끝나고 그리 보여줄 것도 없이 초라해진 그들은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어머니의 자랑스러워하는 목소리를 전화통화를 통해 한참 듣게 되었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이제야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 자식으로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어제 오랜만에 일찍 잠을 청했다. 당연히 바로 잠을 자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렵게 잠을 든 나는 꿈을 통해 그렇게 싫고 싫은 친척들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잘난 멋에 취해있었던 그들은 꿈에서도 참 초라해 보였다. 어찌나 속 시원한지?
그런데 어쩌다 마흔이 지난 나에게 아직도 어릴 적 큰 상처를 주었던 가족들을 품고 있고 화나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여러 번 놀랐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는데, 안 된 모습에 속 시원하고 고소해하는 내 모습이 그저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그들을 용서하는 것보다 잊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보다.
과거의 그들처럼 살기보다 좀 더 사랑해주시고, 존중해주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철든 생각이 문 듯 들었다.
엄마! 나 솔직히 그분들 때문에 제법 상처도 받아서 한소리 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그런데 내가 왜 참았는 줄 알아? 그건 그래도 나를 키워주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야. 혹시나 내가 말을 해서 아버지 어머니께 흠이 될까 봐...
참 억울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참은 것 같다. 혹시 모르지 내 앞에서 또다시 그분들을 보게 되었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를지...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말한 그 자랑이 다 헛된 것이 라는거.. 그리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자랑하고 싶지 않아서 그때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야! 아마 우리 부모님은 우리 자식이 언제든 역전해서 더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더 그랬을 거야? 그렇지? 내 말이 맞지?
그게 어른이고 부모였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