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쥐 죽은 듯이 집에서만 틀어 박혀 살았다. 남들과 만나는 것도 연락하는 것도 부담되었지만 주변에 제법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그래도 살아있다고 그들에게 작은 신호를 보내줘야 할 듯싶었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사실 어떻게 보면 언제부터인가 기존의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나의 작은 노력이 아닐까 싶다.
아직 실직생활은 유지되어있고 특별히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작은 노력들이 필요했다.
밖에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집 안에서, 작은 나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그것을 찾아야만 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SNS와 소통하기였다. 때론 SNS 놈의 자식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방법은 SNS밖에 없었다.
예전에 절대 SNS를 하지 않겠다며 몇 개의 SNS 앱을 다 삭제해 버렸는데 어느새 다시 살려놓았다.
그리고 나의 깊은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좀 더 밝은 내 모습을, 열심히 살려고 하는 내 모습 위주로 사진 등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특별히 가족을 위해 만든 #음식스타그램 중심으로 올리거나, 독서를 통해 알게 된 것들 중심으로 #독서 스타 그램을 올리기도 했다. 때론 자주는 아니지만 몇몇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공감되기보다는 아직도 나는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점과 늘 당신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그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내가 SNS에 아들과 함께 놀고 있는 사진을 올렸더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었다. 그런데 어느 지인 분이 이렇게 댓글 달아주셨다.
“이제 일 해야지”
나는 그 댓글을 보자마자 바로 댓글을 지울 수가 없어서 글 전체를 비공개로 해버렸다. 그런데 SNS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내린 댓글을 그 사이에 본 사람이 제법 많다는 것이었다.
바로 카톡으로 연락이 와서 “지금 일 안 해?”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때론 전화도 온 적도 있었다. 일을 그만두고 있는 내가 걱정하기도 했고 그러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많이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그 일이 있은 후에 많은 이들에게 내가 지금 실업자라는 것을 널리 널리 알리게 되었다. 사실 너무 싫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올린 댓글은 나를 응원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예전 회사 사람들이 어쩌다 알게 되어 혹시나 비웃을 까 봐 그것이 걱정되고 싫었던 것이다.
‘잘 나가서 당신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두 번째로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한 일은 가족들과 더 가까이 지내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육아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이었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나쁜 감정과 짜증들을 되도록 잠잠하게 하고 행복한 모습과 기쁜 마음으로 보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졌다.
청소, 빨래, 설거지는 물론 두 아이를 목욕시키는 등의 노력을 다했다. 평소에 잘하지 못하는 청소인지라 뒤돌아서면 다시 쌓인 먼지들이 제법 많았고, 바로바로 빨래하지 않고 말리지 않아서 꿉꿉한 냄새들이 온 집안에서 진동하기도 했다. 설거지는 바로바로 했어야 했으나 그것도 귀찮아서 2일에 한 번씩 하는 경우에는 어느새 쌓아 올려진 무덤 같은 설거지들로 인해 냄새도 많이 났었다.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도 왜 이리 하기 싫은 걸까? 우리 집에는 무덤들이 몇 개 정도 있다.
“설거지 무덤”, “빨래 무덤” “쓰레기 무덤”
이렇게 하기 싫은 것들을 평생 해 오신 우리 어머니들 정말 대단하고 느끼게 된다.
하여튼 집안 살림이 만만치가 않다.
어느 날은 쌓인 쓰레기를 밖에 나가 분리수거를 해야 했다. 다들 버리는 주기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한꺼번에 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버리는 내가 부끄러운지 아님 실업자인 내가 부끄러운지는 모르겠으나 웬만하면 출근시간이나 저녁시간을 되도록 피하고자 한다. 수많은 쓰레기를 들고 가는 것도 정말 창피하지만, 일하지도 못하는 나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수군거릴까 봐 그것이 걱정되고 싫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집 근처에 사는 #오지랖넓은아줌마도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나를 보고 지금 일을 하고 있지 않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가 제일 민망하다. 남들이 들어서도 민망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기계에서 들리는 그 음성 때문에 더더욱 부끄럽다.
“이번에 버리신 음식물은 20kg입니다!”
(보통 가정 내에서 한 번에 20kg 정도 버리면 엄청 버리는 것이 아닌가?
세 번째로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한 일은 글 쓰는 것과 작가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아직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또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글을 쓰다 보니까 우연히 #브런치 작가가 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의 솔직한 감정과 상황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글을 쓰게 되면 나의 솔직한 감정을 알 수 있기도 하고, 점차 부정적인 감정들이 다소 해소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억울한 상황들을 기록하면서 화도 나기도 했지만 나의 솔직한 감정을 위로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나의 글을 통해 나와 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참 감사한 일들은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있었고 공감해주고 있었다. 남들에게 희망을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시작한 글들이 도리어 많은 이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되었다.
지금은 그러한 작가 활동이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3편의 글을 올리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한 일은 독서였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하여 예전처럼 책을 쉽게 볼 수는 없지만 온라인을 통해 책을 예약 신청하여 직접 도서관에서 책을 받아보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다소 불편한 것은 있었지만 책을 보려고 노력했다. 예전보다는 시간이 많이 허락되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 없이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예전에는 업무와 연관된 책을 보거나,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책을 보았다면 지금은 솔직한 나의 감정을 위로하는 책을 본다거나, 나의 미래와 아이들의 육아와 관련된 책들을 두루 셥렵하여 읽고 있다.
독서라는 것은 기록하지 않으면 다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느낀 것과 알게 된 것들을 메모지나 다이어리에 적어서 다시 한번 나의 마음에 정확히 새기고자 노력한다.
우연히 알게 이벤트(?)라고 할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책을 출간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서평 이벤트가 있었다. 사실 이런 이벤트가 있는 것도 몰랐다. 우연히 알게 되어 서평 이벤트를 찾아봤더니 제법 많았다.
많은 이들에게 책을 주고 서평을 작성하는 것보다 일부 몇몇에게도 가능토록 하게 되어 있어서 제법 이벤트에 당첨되는 것이 어렵다.
사실 나는 이런 이벤트에 큰 장점이 있다. 아니, 남들이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저는 지금 실업자입니다....”
“지금 제가 실업자이어서 마음이 너무 어렵습니다. 이 책을 통해 큰 위로와 힘을 얻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실업자인데 제법 아이들이 상처를 받은 듯합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 책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나의 작은 호소가 먹혔는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작가분들에게 책을 많이 받았다. 때론 독서를 하려면 책을 사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도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공짜로 책도 받고, 공짜로 책을 통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