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취업이 되니 기분이 홀가분하면서도 이제 해야 할 책임감에 부담감도 적지 않게 밀려온다.
취업이 다시 되었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제부터는 예전과 다르게 살아야 함을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이제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갈 수 있는 일이 생겼다. 그리고 옷장 끝 쪽에 걸어두었던 정장을 다시 찾아 입게 되었다.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 늘 언제나 편한 복장만 입고 있다가 다시 정장을 입게 되니 마음이 많이 설렌다.
사실 실업자로 생활을 하였을 때에 정장을 너무 입고 싶었다. 예전에 나의 정장은 곧 스파이더맨의 슈트처럼 나를 더욱 멋지게 살게 하였다. 정장을 통해 내가 좀 더 멋진 사람으로 표현되었고 전문가로서의 모습으로 현장에서 참 열심히 뛰어다녔었다. 그런데 그렇게 기쁜 일을 할 수 없었던 실업자의 생활이 너무 힘들기도 하면서, 과거의 화려했던 그때가 너무 그리웠다. 더욱 그리움 이상으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불쌍하게 여겨졌다.
이제는 다시 정장을 찾아 입는다. 첫 출근하기 전 옷장 끝 쪽에 걸어두었던 정장을 다시 꺼내 다리미로 조심히 다렸다. 이제는 이 정장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할 것이며, 화려하지 않지만 다시 그 멋진 일들을 할 수 있기에 조심히 때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정장을 다렸다.
정장을 다리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이제 지옥 같은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속 시원함도 있었지만 과거 너무 교만했고 자기 잘난 맛에 살았던 나의 모습이 문 듯 미만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일하게 된다면 교만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야지!’
‘나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도움이 필요한 그들을 돕는 데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지!’
‘나를 높이려고 하는 것보다 주변의 사람들을 높여줘야지’
‘어려운 상황에 대해 원망하기보다 살아있음에, 할 수 있음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지!’
그동안 나는 왜 이리 착각하며 살았을까? 나를 통해 힘든 이들을 왜 돌보지 못하였을까? 나를 위해서 왜 이리 열심히 살았을까?
새롭게 갈 곳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곳을 통해 이루어질 많은 일들을 기대해본다.
몇몇의 지인 분들의 염려 섞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자기의 모든 경력 인정받지 못하는데 괜찮겠어?”
“센터장인데도 급여가 제법 적을 텐데 괜찮겠어?”
“처음 만나는 장애인 분일 텐데 괜찮겠어?”
“그 분야에 경험이 적는데 괜찮겠어?”
다시 시작하는 마음 때문에 제법 많이 흥분된 상태였는데 몇몇 지인의 염려가 나를 참 어렵게 만들기는 했다. 사실 이 곳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을 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작도 안 해보고 염려하거나 걱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지난 4개월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죽을 것만 같이 너무 힘든 시기였다는 것은 정말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연약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점점 교만해지고 있던 내가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서, 사람다움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어서 나에게는 그 시간들이 나참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과거에 나는 많은 이들에게 빚진 것이 많다.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고 나를 위해 살았던 것이 첫 번째의 빚이고,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것이 나의 두 번째 빚이다. 늘 원망만 하고 사람들을 미워했던 것은 나의 세 번째의 빚이다. 이러한 빚은 갚아야 한다.
때론 그들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있는 이 곳에서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고 좋은 것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명자의 모습처럼 소외된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돕는 그런 사람으로 살기를 원한다.
예전처럼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살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어떻게 보면 그분이 나를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은 지난 나의 과거의 삶을 버리고 새롭게, 진심 어린 사명자의 모습처럼 살기를 원하셨기에 이 곳으로 인도하셨음을 나는 생각하고 믿는다.
그래서 지인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런저런 염려스러운 것들이 있을지는 모르나 분명한 것은 그것들이 나를 혼란스럽거나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
때론 나를 통해서, 이 곳을 통해서 새롭게 만들어질 많은 것들이 기대가 된다.
다이어리에 다짐한 것들을 천천히 적어놓는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삶에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 오래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잘 안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살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첫 번째 적용 부분은 과거에 대하여 어떤 부분이라도 원망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를 힘들게 했던 그들, 나를 괴롭혔던 그들, 나를 인정하지 않고 내쫓았던 그들... 나를 밤새 자지 못하도록 무례한 그들마저도 진심으로 용서하면서 내 입으로 절대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새벽기도를 하러 갈 때면 그들의 삶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기도를 한다. 진심으로 말이다.
두 번째는 나의 권위만 내세우기보다 새롭게 함께 할 직원들을 조금이나마 섬기려고 한다. 섬김 받기보다는 섬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센터장이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버거워하는 것들이 있다면 조정하고 때론 내가 직접 하여 직원들의 부담감을 잠시나마 줄이려고 한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나의 이야기를 줄이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을 하려고 한다.
세 번째는 매일매일 감사하는 것이다. 어려움과 힘듬이 있으니 감사보다는 원망과 불평이 제법 많이 늘었다. 이렇게 살아있음에도 감사하고 부족한 나에게 사명자로 명해 주신 것도 감사하다. 못난 자를 다듬어 주시기 위해 복된 광야의 길로 인도하심도 감사하다.
네 번째는 나 다운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남들의 이야기와 남들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지 않기로 하였다. 그저 나다운 모습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특별한 것보다 남들에 휘둘리지 않고 항상 감사한 마음과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 원망과 불평하지 않는 것 등이 나다운 모습이라는 아닐까 한다.
좀 더 화려하지 않아도 되고,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와 이곳을 통해 많은 소외된 분들을 돕고 싶다. 나의 사명을 완성시켜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