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실업자의 생활

이제 다시 일어섰습니다.

by Happ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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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의 생활 4개월이 나의 삶의 일상이 되어보니 하루하루가 참 빨리 지나가는 듯하다. 지난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지옥 같았다. 우리 아들이 가지고 싶었던 초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시간을 거스르는 초능력”인데, 만약 그러한 초능력이 있다면 4개월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삶이 너무 고단하고 힘이 들기만 하였다.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소망해본다. 어떻게든 기회가 된다면 전의 일상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컸다.

정장 입고 어엿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고, 부딪히는 일이 있더라도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계속이 든다. 그런데 그 일들을 하지 못하니 마음이 그저 초초해질 뿐이다.


이곳저곳에 취업 원서를 내기도 했다. 운이 좋게도 최종 면접까지 오르게 되어 이제 지긋지긋한 이 실업자의 생활이 끝이 날 줄 알았는데 결국 떨어지게 되었다. 처음부터 떨어졌어도 실망이 컸을 텐데 최종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게 되니 그 실망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더 들었다.


지인분께서 어느 날 연락이 오셨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취업 자리에 대한 공지문이었다. 무조건 가라 말씀하시기보다 깊이 생각해보고 스스로 한번 결정해보라는 이야기셨다.


공지문을 보니 어느 센터의 장을 뽑는다는 이야기였다. 일하는 곳도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곳이기도 해서 제법 좋은 점도 있었지만 전과 다른 분야와 직위였다.


어느 센터의 장으로, 총책임자로서 일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들었고 전혀 경험하지 못한 분야였기 때문에 잠시 망설이기도 하였다.


더더욱 전의 직장에 대한 트라우마라고 할까?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나게 될까 걱정이 많이 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나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당황스러운 일들이 또다시 일어나서 일을 다시 그만두면 어쩌지라는 그런 생각이 들게 되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었다.


예전같이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깊이 대화를 하면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오로지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에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이 흐려질까 싶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예전과 같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였다. 돈을 더 벌고자 하고,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직장을 선택하지 않기로 하였다,


비록 더 높은 자리이고, 월급을 더 준다고 해도 나의 본질적인 부분과 나의 사명에서 벗어나는 부분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에 일어난 일들이 또다시 일어나면 어쩌지라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더 힘들어지고 정말 무너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 말이다.


그런데 새벽예배를 다녀온 후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 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길이 그분이 인도하신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

어떻게 보면 어떤 곳이든 힘든 일들 있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그것들이 무섭다고 포기해버리면 어쨌든 결국 일을 평생 못한다는 사실..

돈을 더 벌고 나의 입맛에 맞는 직장을 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일, 사회복지사로서 해야 할 사명이 나의 본질적인 이유라는 사실..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4개월 동안 얼마나 많이 취업 원서를 써봤겠는가? 이번의 취업 원서를 작성하는 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취업 원서들이 제법 업그레이드되어 있었고 나 또한 많이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몇 주간 원서를 내고, 면접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비록 될지 안 될지 모르겠으나 예전과 다르게 조급함은 없었다. 안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그러한 걱정조차 없었다. 그저 담담했다.


그간 4개월 동안 나의 마음도 많이 훈련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의 삶이 나의 의지와 생각대로 되지 않는 사실도 충분히 깨달아서 그런지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그저 나에게 이런 기회가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면접은 1시 50분경에 이루어졌다. 면접관들이 2~3명 정도 있겠다 생각하였는데 8명의 면접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동안 많이 면접을 봐서 그런지 떨리는 마음은 없었고 면접관들의 질문 때문에 당황조차 하지 않았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평소 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다 하게 되었다.


어느 면접관분은 나의 대답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셨고 좋은 의견이라 칭찬까지 해주실 정도였다. 내 평생 면접관을 통해 칭찬을 받은 적은 처음이다.


순간 위로받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그동안 고생도 많았다는 위로, 알게 모르게 성장한 나의 모습에 대한 격려와 칭찬인 듯했다.


면접은 약 20분가량 이루어졌고 면접 당일 오후쯤에 합격이라는 통지를 받게 되었다.


합격이라는 통지를 전화를 받는 순간 나는 흥분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합격 통지를 받은 소식을 옆에 있던 아내에게 전했더니 아내의 반응은 나보다 더 했다. 지금까지 숨겨왔던 아내의 마음을 한 순간에 폭발한 듯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서로 얼싸안으며 한동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합격이 되어서 기쁜 것도 기쁜 것이었지만 4개월 동안 고생한 그 일들이 생각도 나고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라고 위로를 받는 것 같아 깊은 감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실업자의 생활에서 사직서를 내게 되었다.

나는 실업자의 생활에서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실업자의 생활에서 졸업하게 되었다.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으로 다시 살게 되었다.

그리고 당당한 아빠, 남편, 아들로서 다시 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무너진 그곳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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