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둔 마지막 날 듣게 될 줄 알았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조차 듣지 못한 체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다.
10여 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나의 짐들은 제법 많았다.
퇴사하는 마지막 날 그 모든 짐들이 다 가져오기 좀 창피한 마음이 들어서 퇴사하기 전 주 토요일에 출근하여 기존 나의 짐을 정리하였다.
언제 찍었던 사진이었던가? 그 당시 일했던 직원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구석구석 나의 흔적들이 제법 많이 나왔다.
잠시 이 모든 추억조차 버릴까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그 추억들이 아쉬워서 짐 박스에 소중히 담아놓는다.
언제 받았던 편지인지 모르겠으나 나의 생일쯤으로 추정되는 날짜가 적혀있는 직원들의 소중한 편지들...
내가 힘들어하고 있을 때 직원들이 나를 위로해주겠다며 써준 편지들..
나한테 너무 미안했다며 진심 어린 마음으로 써 내려간 편지들..
지난 과거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직원들이 써준 편지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가 참 그리우면서도 잘해주지 못한 나의 모습으로 인해 도리어 나와 함께했던 많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큰 포장용 박스 2박스 정도 되는 것 같다. 끙끙되며 1층에 있는 나의 차에 힘들게 실었다. 짐과 함께 나의 모든 추억까지 말이다.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이렇게 그만둘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직원들이 새롭게 들어오고 퇴사를 했지만 내가 이렇게 퇴사를 할 줄 상상도 못 했다.
퇴사를 하기 1주일 전부터 회사에 있는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무엇보다 나와 동거 동락했던 우리 과 직원들에게 때론 쿨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조용한 자리에서 직원들과 마주하면서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나 때문에 상처 받고 힘들었다면 용서해달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한 회사의 부서장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정말 많았다.
도리어 직원들이 하는 일들부터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지키고 책임져야 했다. 직원들의 실수가 나의 실수였고 직원들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며 어려움이었다. 도리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다른 부서장으로부터 혹여나 싫은 소리를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도 잠시 떠오른다.
“미안해요 선생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지난 10여 년 동안 제일 힘들게 했던 사람은 다른 부서장들이었다. 부서장간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는지? 사실 함께 협력하여 잘해보고자 했는데 그것이 잘 안되었다. 나도 어느 일부분 잘못한 것이 있어서 다른 부서장과의 불편한 관계를 퇴사하기 전까지 늘 유지해왔다.
그것조차 해결해야만 했다. 도리어 나는 그냥 나가는 것이지만 남는 직원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있을지 모를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이것조차 잘 단도리(?)를 해야만 했다.
평소에 그렇게 잘하지 못했는데 각각의 다른 부서장들을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에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지난 나의 부족함 때문에 상처 받았거나, 화난 것이 있거나, 섭섭한 것이 있었다면 용서해달라며 진심으로 사과를 건넸다. 그들도 떠나는 나에게 미안함을 말하였고 지난 그 모든 것들을 그저 추억으로만 남겨두었다.
그래도 마지막 한 사람만 잘 정리를 해야 했다. 그 사람은 바로 회사 대표였다. 나도 아랫 직원이었기 때문에 상사와의 적지 않는 마찰과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마지막 날까지 그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풀고 갔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원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늘 언제나 냉철하고 살갑게 대해주지 않았고 어느 때는 나를 경계하듯 대 했던 그였는데 마지막 날까지 나한테 대하는 모습에 놀랍지도 않았다.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사 한번 사주고 잘 마무리를 해 줄 주 알았는데 그것조차 생각했던 나 자신이 참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도 나 때문에 제법 많이 상처를 받은 듯했다. 나의 사표를 한번 반려해준 만큼 배려해주었는데 또다시 퇴사를 하는 나의 모습이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었다.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나오는 길 그래도 몇몇의 직원들이 배웅을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가는 길이 얼마나 씁쓸하고 섭섭했는지, 그동안 내가 헛된 일들만 했구나라는 생각이 가득 찰뿐이었다.
그렇게 끝났다. 고생한 10년의 회사 생활이 이렇게 끝났다.
예전 모시던 회사 대표 분이 나한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있는 직원 챙기는 것보다 나가는 직원, 퇴사하는 직원을 더 잘 챙겨주라고...
그때는 정말 잘 몰랐다. 있는 직원 챙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끝난 사람은 끝난 것이지만 남게 된 직원은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직원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퇴사를 해보니 남은 직원들보다 퇴사한 직원들의 마음이 더더욱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도리어 당하다(?) 보니 그때의 대표 분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었다. 지난 퇴사한 많은 직원들에게 미안했다. 조금이나마 더 챙겨줄 것 하는 미안함이 많이 컸다.
나를 위해 송별회가 열렸다. 그래도 나를 위한 내가 속한 부서 직원들의 배려라고 생각하였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송별회를 통해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송별회 참여가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나의 송별회를 한다고 하면서 나한테 회비를 내라고 하는 것과 송별회 일정과 장소를 송별회 당일 내가 직접 전화를 통해 알게 된 것들도 다 섭섭했고 너무 아쉬었다. 그래도 나와 함께 했던 직원들이었고 때론 참 소중히 여겼던 직원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예의 없고 아쉬운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냥 참고 송별회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나는 진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였기에 나 또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작정이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고맙다며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에 벌써 속상한 마음이 있어서 그랬는지 그것조차 솔직히 되지가 않았다. 어느 때는 한 테이블에 혼자 남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져 결국 송별회를 급히 마무리하게 되었다. 함께 했던 직원들조차 나를 그렇게 대하는 모습에 제법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날 모든 감정들을 다 내려놓고 올 생각이었는데 더 안 좋은 감정만 더 쌓여질 뿐이었다. 그렇게 끝났다. 진짜 그렇게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