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어쩌다 실업자의 생활
사직서를 냈습니다.
힘들다고 해서 무작정 사직서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쉽게 사직서를 내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직장생활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만 생각을 하였다.
어디든 회사생활은 어려운 곳이고 힘든 곳이기에 입 꽉 깨물고 버텨야 할 곳도 회사생활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나의 고향에서 회사생활을 한다는 것이 큰 자부심과 사명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비록 힘들고 어려워도 정말 그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버틴 적이 많았다. 많은 오해를 받았고 논란의 거리의 중심에 서 본 적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돌고 힘든 상황에 높여 있어도 나는 버티고 버텼다.
이런 내가 참 대단하게 여기면서도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억울하여 힘이 들어도, 힘이 들어 밤새 자지 못하는 상황들이 많이 있어도 나는 버텼다.
그런데 어느 날 승진의 기회가 우연하게 찾아왔다. 교만한 생각일 줄 모르겠으나 나는 곧 승진이 될 줄 알았다. 이제껏 해 온 것도 있고 헌신한 것도 있어서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을 줄 알았다.
자주 승진의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번 기회가 나한테 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남들보다 더 가까이 온 듯하였다. 곧 승진하여 남들에게 축하를 받을 것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날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더해갔다. 처음에는 확실히 될 것만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승진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제법 많은 이들에게 이번 승진 문제가 최대 관심거리가 될 줄 몰랐다. 내가 승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 아님 이번에 승진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내 기분은 오락가락하였다. 결정이 아직 나지 않았는데도 안 된다는 소식을 들려올 때면 세상의 것들을 다 잃은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그 날, 승진 여부가 결정되는 그 날 이전부터 결국 나는 승진을 못하고 외부로부터 내정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도 있는데, 그렇게 고생하고 희생을 해왔건만 철저히 그들에게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서 정말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깊이 들게 되었다.
결국 나는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사직서와 함께 나를 철저히 무시하고 인정해주지 않는 그들을 향해 원망을 하면서 까지 말이다.
새로운 직장을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전의 원망하고 실망했던 많은 것들을 그저 땅에 묻어 놓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을 다시 시작하였다.
첫 시작부터 원만하지 않았다. 도리어 나를 경계하는 듯 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더더욱 무시하거나 직장 내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사용해서 괴롭히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이유를 들어 평생 처음 경험한 직장인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렵게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버티고자 했다. 딸린 자식들과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버티고 참으려고 했다. 비록 출근시간이 6시에 시작하는 고단한 하루였지만 무작정 사직서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버티는 것이 내가 결국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괴롭힘의 강도는 점점 심해졌다. 윗분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도와달라고 요청까지 드렸는데도 내 의견을 듣기는커녕 해결의 기미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하루 맘고생이 심하고 억울한 일들이 많아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점점 힘들기만 해지니 이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새롭게 일한 지 3개월 만에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모든 상황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도저히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내고 말았지만 그들은 나와는 전혀 달랐다. 도리어 나를 원망하고 비난하는 그들을 보게 되었다.
직장생활이 이렇게 냉정한 곳임을 전부터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 내가 당했다고 생각해보니 정말 억울하고 속이 많이 상했다.
결국 남게 된 것은 나 밖에 없었다.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내고 낸 것이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했다.
다른 직장을 구해놓지 못한고 그저 어쩌다 실업자의 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길기만 한 어두운 밤
며칠 째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여러 번 뒤처거리기도 하면서 겨우 잠에 들어도 2시간 뒤에 또다시 깼다. 머리 안에는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화도 나기도 하면서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그 시간만큼은 정말 고통스럽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것이 참 고통스럽다.
잠을 이루지 못하니 참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잘되겠지 나름 나를 위로하지만 위로보다는 힘듬이 더 밀려온다.
하나님이 큰 계획이 있으셔서 나를 단련시키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짐하지만 며칠 뒤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두려움이 찾아온다. 어느 때는 그저 그렇게 생각되면서도 어느 때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숨이 턱턱 막혀온다.
나라는 이 사람! 참 답이 없는 무능력한 사람!!
(어느 날 밤 14시 잠에서 깨어서 쓰게 된 짧은 글 한 토막)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당장 잠을 잘 수 없으니 병원에 가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결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원을 가야 하나? 정신적인 문제인 듯싶어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면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 정신질환자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병원을 찾기 시작하였다. 평소에는 잘 알지 못했는데 집 근처에 참 많은 병원들이 있었고 특별히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제법 있었다.
내 삶 속에서 정신과 병원을 갈 줄이야?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줄이야?
처음 가본 정신과 병원은 참 낯설었다. 다른 병원과는 분위기 조차 달라 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정신과 병원과는 조금은 달랐지만, 차가운 냉기가 불어오는 듯한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좀 이른 시간이었는지 아님 원래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내가 본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일 텐데 그 사람 조차 낯설어 보였다.
찾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제법 빨리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난생처음 만나보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어떤 모습일까? 차가운 사람일까? 아님 나를 잘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일까?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에 맞게 참 냉철한 의사였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를 바랐는데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닌 듯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나오는 나쁜 의사 청명태와 같았다.
(의사의 무뚝뚝한 말투와 태도)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의사를 눈치 보는 나) 네 제가 요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치료를 받고자 하는데, 요즘 들어 잠을 잘 수가 없어서요...
(한심스럽다는 말투) 약 처방해 드릴 테니 약 먹어보세요.(다음에는 오지 말라는 것 같음)
(무지 당황한 나) 이게 끝인 건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았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저 환자로서만 대하였고, 꼭 약을 판매하는 약장사 같았다.
약 처방을 받아 약을 구입하고 집에 오는 길... 이 세상 사람들은 왜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할까? 나는 지금 정말 힘들고 어려운데, 이렇게 힘든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만약 한다 해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겠네.... 지금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나의 문제고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겠구나...
많이 서럽고 외롭다, 마음은 점점 힘들어져만 가는데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든 내 마음도, 나의 상황도 해결되기를 바라는데도 전혀 해결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점점 내 마음에는 깊은 고민만 쌓여 저만 간다.
어쩌다 실업자의 생활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탄탄대로 살아왔던 지금의 삶이 굉장히 당황스럽고 힘들게만 느껴질 뿐이다.
오늘부터 실업자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사실 어쩌다 실업자가 되어서 그런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생각과 함께 그저 내 앞이 막막하기만 느껴질 뿐이었다.
욕심도 아니었고 당연히 되는 줄만 알았는데 제법 많은 상처를 받고 끝이 나 버렸다. 10여 년 동안 내 일처럼 열심을 다해왔는데 그것마저도 인정받지 못하고 내쳐버린 비참한 지금의 상황이 매우 화가 나고 너무 힘들 뿐이었다. 좀 더 좋은 곳을 갈 수 있고, 좀 더 나은 곳을 꿈꿀 수 있을 수 있는데 나는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음이 너무 억울했다.
열심히 하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나를 경계하는 많은 이들과 어떻게 하면 괴롭혀서 나를 나가게 만들었던 사람들 그리고 사람 대우를 하지 않고 직 누르며 나를 괴롭히려고 했던 사람들.....
‘억울하고 힘이 든다!’
어찌 사람이 살면서 한 번도 아니고 연달아 오는 문제와 어려움 때문에 도저히 버티기도 힘들었다. 나와 같이 연달아 힘든 일이 일어난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나도 이렇게 버티기 힘들고 어려운데 그들은 잘 버티며 잘 살고 있는 걸까?
많은 일들이 번갈아 가며 오면서 몇 달 사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한 번은 그냥 지나가는 감기처럼 느낄 수 있을 법 한데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연달아 오게 되니 그저 감당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 중에 나도 광야의 길에 서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광야의 길을 걸어야 하는 입장에 서보니 너무 막막한 기분이 엄습해 온다.
정말 아무도 없다. 그렇게 나를 응원해주던 사람들도, 나의 편에 서있던 그들도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언제 끝날 지루한 레이스를 시작하려고 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지루한 광야를 지나가기 위한 여러 도구들도 없다. 그저 광야 위에 혼자 홀딱 벗은 그 느낌마저 든다.
광야의 길이 힘들고 두려운 것은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혼자서만 걸어야 한다는 것과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라는 막역한 두려움이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나도 어쩌다 실업자가 되다 보니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 내 마음도 준비되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그 앞길이 그저 두렵게 느껴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