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End) 그리고 시작(Start)
언제 그랬나 싶지만 이제는 다시 일할 수 있는 것이 일상이 되고 말았다. 오늘 아침도 첫째 아들이 출근하는 나한테 인사를 건넨다.
“아빠 사랑해~!”
출근하는 길 가운데 지난 일들이 물밀듯 밀려온다. 승진이 될 줄 알았는데 직장 내에서 밀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 결국 승진도 못하게 되었고, 최선을 다하며 살고자 노력했던 나에게 도리어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명이라고 생각하여 밤 낮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일했었는데 그것조차 나의 욕심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출발로 지난 일들을 잊으며 살고자 했는데 의도치 않는 괴롭힘으로 나의 삶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었다.
나한테 그렇게 잘해주던 모든 사람도 다 나를 떠났고, 도리어 나한테 화살을 겨누던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해쳐나가고자 노력을 했지만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 결국 죽음을 선택하고자 등산길을 걸었던 어리석었던 그 날들....
바닥까지 무너져가 보니 도리어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너무 외로웠고 너무 두려워서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만 하였다.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른 새벽에 교회에 가서 펑펑 울면서 기도했던 그날이 생각이 난다.
‘왜 나한테 이런 고난이 있는 것일까?’
벌써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시간보다는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나에게 주어진 귀한 시간들이었다.
그분이 나에게 이런 시간들을 허락하신 것도 나를 정말 사랑하셨기 때문이었다.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외된 그들을 돕고자 원하시는 그분의 귀한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나를 다듬으셨다. 비록 고통스러운 상황일지라도 그분의 뜻을 이루시기 위하여 나를 다듬고 또 다듬으셨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솔히 생각하거나 남들을 더욱 의지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난 나의 삶에 대해 깊이 반성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었었다.
꽁꽁 숨겨 놓았던 나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에 직면하게 되었고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는 시간들이 되었다.
나는 늘 분노의 마음과 억울한 감정으로 살아왔었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참 민감한 사람으로 여겨지곤 하였는데 그러한 일들이 일어난 것은 나의 열등감이었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한 체 혹여나 나의 치부를 보여줄까 싶어 의도치 않는 모습으로 나는 평생 살아왔었다. 그런 나를 이번 시간을 통해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치부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고자 노력했던 나를 이해하고 좀 더 위로해주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으로 남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 나를 위해서 살고자 했던 일, 내 주변의 사람을 돌아보지 못했던 일, 나를 높이기 위해 겸손히 아니하고 자랑하기만 했던 그 일들 모두 지난 시간들을 통해 깊이 깨닫고 반성하며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수 천 번 다짐도 해보았다.
지금까지 나는 이 세상의 피해자였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더더욱 억울해하면서 힘들게만 살아왔던 것 같다. 이렇게 실업자가 된 것도 그들 때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언제 가는 도리어 내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피해자가 막상 되어보니 그 피해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그들도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 이상으로 용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피해자로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을 좀 더 조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더더욱 많은 사람들을 단지 경계하고 민감하게 대하는 것보다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고, 나보다 그들을 낫게 여기는 마음 곧 진심으로 존중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나는 비록 지난 일들이 힘든 여정이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회복지사가 내가 평생 가야 할 길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소외된 그들을 만나면서 행복을 느끼고, 소외된 그들이 조금이나마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야말로 내가 해야 할 분명한 일이기에 좀 더 겸손하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자랑하지 아니하고 그들을 높여줄 수 있는 그런 삶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비록 멀게만 느껴졌던 외로운 시간들이었지만 나는 지난 그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 그때 느꼈던 그 모든 일들을 하나도 잊지 아니하고 예전처럼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또한 부족한 자에게 사명을 주신 이에게 항상 감사하며,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게 여기며 살고자 한다.
실업자 생활이 정말 끝이 났다. 지긋지긋한 그런 삶이 이제야 끝이 났다. 어쩌다 실업자가 되었는데 어쩌다 실업자 생활이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힘든 시기에 느꼈던 그것들을 잘 기억하며 이제는 예전과 다른 삶으로 다시 새 출발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