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2020, 아론 소킨
언제나 진보 투쟁의 역사였다. 개혁이든, 혁명이든, 체제 전복이든, 입맛에 따라 그 미묘한 농도를 저울질해 쓰는 표현 앞엔 적지 않은 발걸음이 있었다.
보수적 입장에서야 그 ‘적군’의 행태는 침범이나 약탈과 다를 바 없겠으나, 뭐든지 고이면 썩는 단순하고 명확한 진리의 정도에 맞춰 세상은 그저 페달을 밟은 것뿐이다.
아울러 사실 성향의 색채도 각 시대와 상황에 따라 붙여지는 감투일 뿐 영원히 절대적인 기본값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각기 때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을 끌어안아 앞의 흐름을 보고, 듣고, 합류하기도, 반하기도 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이 60년대 미국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간 굵직하게 투쟁하고 쟁취해온 우리의 ‘민주화 운동’이 지녔던 숭고함과 그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일 테다.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힘, 공통의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는 힘, 그렇게 모여 탄생하는 힘이 무언가를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꾼다.
바위에 부딪히는 계란이 작을지라도, 저마다 색깔과 모양이 다를지라도, 당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지라도, 그 바위가 점점 노오랗게 물들어간다는 사실까지 부인하진 못한다.
누군가는 발판이 되고, 누군가는 다리가 되고, 누군가는 허리가 되고, 점점 그렇게 채워져 마침내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그날까지, 페달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