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 타닥거리는 소리는
“여기 귤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 귤이 없다는 걸 잊어 먹으면 돼. 그게 다야. 중요한 건 진짜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존재의 역설(逆說)과 역설(力說). 무엇을 골라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순간의 뭉치들이 타닥타닥 소리를 낸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이와, 여기저기 어디서나 존재하고 있다는 이와, 자신을 포함한 타인 그리고 꽤 많은 것들의 존재를 되묻고 찾아다니는 이의 만남.
나란히 앉아 한껏 강하게 타오르는 노을빛을 바라보던 그 시간에서부터 본론이 휘갈겨진다.
귤은 없었지만 없다는 걸 잊어먹었다. 북향으로 들어오는 빛은 마치 비치지 않았던 것처럼 서서히 사그라든다. 보일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메타포의 물음을 다른 물음으로 되받는다. 우물이 기억나지 않는다. 노을빛이 저물어간다. 베이스가 울린다는 말이 박힌다. 비닐하우스가 타닥거리며 타들어간다.
좀먹는 의심은 근원을 맞춰 꽂았고, 이제 그건 정답이어야 한다. 우물은 있었어야 하고, 시계는 그 시계여야 하며, 고양이는 보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저만치 떨어져 세운 뒤, 다가오는 베이스에 날을 여러 번 깊숙이 박아 넣고 이야기를 완성한다. 모든 걸 털어 넣고 불을 붙인다. 타닥거리는 소리.
운전대를 잡은 그를 돌려 다시, 키보드를 잡은 북향의 방 안으로 끌어와 본다. 타닥거리는 소리.
불과 글, 어떤 걸로 골라잡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