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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별 Jan 09. 2021

시간의 농도로 잇는 감정의 타래

영화 <썸머 85> 2020, 프랑수아 오종

떽! 헬멧은 써야지

첫눈에 반한다는 말, 고전적이지만 꽤나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해왔다. 첫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마땅히 외모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외모를 포함하는 좀 더 포괄적인, 전체적으로 풍기는 상대의 분위기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비드의 첫눈에 들어온 알렉시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가여운 우당탕탕 분위기였으므로, 자연스레 다비드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당연히 완얼은 기본) 이 위기의 캐릭터를 향한 백마 탄 왕자 코스를 밟게 된 것이다.



연기가 아니라 찐텐인데여

때가 덕지덕지 묻은 험악한 세상에서 대가 없는 선의의 확률은 풀템 타노스가 페이징 능력이 고장난 비전에게 처발릴 확률만큼 희박하겠으나, 85년이라는 시대 보정으로 우리는 나름 수긍의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다. 물론 다비드가 바란 대가는 사실 대놓고 대가라고 칭하기도 모호한, 그저 함께 하고픈 짙은 마음이었으리라.


애석하게도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은 평화롭게 동등하지 않다. 모두는 아니어도 대부분은 미묘하게, 혹은 거대하게 갑을 관계가 나타나고, 이는 궁극적으로 관계의 유지를 위협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가 손가락을 당기면, 서로를 보듬었던 추억들이 서늘한 가시로 탈바꿈된다.



와 이게 에어팟 맥스야?!

질렸다는 말, 진심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돌아오라는 말, 진짜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을 골라잡아도, 소용없게 되어버렸다.


온 힘을 다해 춤을 추는 이유는, 유일하게 남은 약속이고, 아울러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속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 6주,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던 그 순간을 빠짐없이 주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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