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 2021, 피트 닥터
새내기 시절, 오늘 하루 고개를 들어 하늘을 몇 번이나 봤냐고 친구가 물었다. 어.... 입을 떼고 말 끝에 점만 뚝뚝 늘어뜨렸다.
오늘 하루 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고, 어제 또한 보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고, 언제 그렇게 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거니와 그러한 순간을 스크린샷으로 찍는 정도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아마 오래도록 의식 못했을 거란 깨달음 때문이었다.
삶이니 꿈이니 하는 나름 거창한 장르는 목적과 이유 라벨을 붙이지 않으면 무의미한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성공의 기준 역시 투박한 고체 칼날을 뽐내면서 수많은 성취들을 날카롭게 가름하여 일원화시키는 데 혈안이다.
작금의 현실이 그런 걸 뭘 어찌하나 싶지만,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도중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는 여유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 챙길 수 있을 몇 없는 보물 같은 콧바람일 테다.
물론 쉽지 않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소소한 행동마저 잘 실행되지 않는 일상 속에서, 그러한 여유를 줍줍하기란 생각보다 고난도다.
현자타임 혹은 흔히들 일컫는 새벽 감성의 센티해지는 시간과 같은 버프를 받아야 비로소 작게나마 머릿속의 작은 한 칸을 장만할 수 있다.
어쩌면 <소울>도 매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의 되풀이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 깨달음의 순간을 다시금 통과했을 뿐이고.
그래도 이렇게 소중한 순간순간을 상기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부담을 덜고 일상으로 거듭 파묻혀도 괜찮다. 이 지점들은 또 찾아올 테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다시 순간순간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먼 여정이어도 휴게소는 들르는 법이고, 끼니를 챙겨 먹는 하루 안에서도 커피는 홀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