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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별 Jan 23. 2021

먼치킨이 좋아요

드라마 <퀸스 갬빗>, 베스 찬미

체 스 조 아

"제 눈에 먼저 띈 건 보드였어요. 단 64칸으로 이뤄진 하나의 세상이잖아요. 그 안에선 안전한 느낌이에요. 제가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으니까. 예측 가능하고요. 다치더라도 제 탓인 거죠."



이따금씩 재능이 부러웠다. 보통을 추구하는 삶도 크게 나쁘지 않거니와 꽤나 벅차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분야에서건 천재를 마주할 때면 솟아오르는 경이로운 감정은 두근거림과 시림을 동시에 선사하여 괜히 마음을 꽁기꽁기하게 만들곤 했다.


노오력을 하면 되지 않냐는 말 역시 눈치 챙기지 않고 등장하나, 그런 노력마저 재능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 세상에서 천재와 보통사람을 가르는 커스텀된 카스트제도는 제법 탄탄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질투하냐고? 하지 않는다면 시뻘건 거짓말이겠지만, 그 질투의 농도도 어중간하게 비빌 수조차 없는 영역의 차이 안에선 다 부질없게 느껴지므로, 그저 탄성만이 쌓일 뿐이다.


그래서 먼치킨에 환호하며, 경외심을 필두로 준(準) 우상 숭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엘리자베스 하먼은 그렇게, 나만의 클라크 켄트 류에 자연스레 이름을 새겼다.



지지 않으니까

천재는 고독하다는 레퍼토리가 이젠 케케묵었으나, 또 어쩔 수 없는 운명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혼자가 익숙한 베스가 관계의 저변을 넓혀가려는 시도와 행동을 조금씩 조금씩 보여줄 때면 은근한 뭉클거림이 가슴을 비집고 올라왔다.


더불어 그녀에게 '엄마'는 단순하게 형용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겹으로 쌓인 상실의 파도가 특히나 매서웠다. 그러한 공백을 채우는 친구들과 동료들의 힘이 그래서 더욱 빛나 보이기도 했고, 혼자에서 연대로 나아가는 베스의 그 발걸음이 유독 진부하지 않기도 했고.


밑바닥에서 하나하나 부수고 올라가는 저력은 더 말해 무엇하랴. 최고와 최강이라는 수식어, 그녀의 두 눈 위에 살포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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