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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어택 Dec 01. 2019

젊을 때는 빚을 내서라도 떠나라고?

돈의 가치

몇 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20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는 이 말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

"청춘이 아플 수밖에 없는 사회가 문제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반응이 되었고, 여기에 반하는 '헬조선', '노오력', '금수저'와 같은 유행어들이 태어났다. 이제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들의 편협한 발언이 되어 버렸다.


어느 쪽이 맞건, 대부분의 청춘들이 아픈 것은 사실이다. 나도 20대의 끝을 보내고 있는 청춘이다. 몇 년 간의 힘든 수험생활과 취업준비를 끝내고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여 이제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될 줄 알았으나, 지금은 또다시 열두 평짜리 전셋집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나에게도 누군가 "그래. 아프니까 청춘이야."라고 말한다면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슷한 말로 "젊을 때는 빚을 내서라도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취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는데... 소득이 없는 청춘들에게 빚을 내줄 곳이나 있을까? 과연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빚을 지는 것이 맞는 것일까? 듣기에 따라서는 이 말이 인생 선배의 따뜻한 조언 같기도 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그저 꼰대들의 발언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정말 맞는 말일까?





청춘을 대표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시기에는 아무래도 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취업을 하거나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면 소득은 크게 증가한다.


여기 25세의 김청춘씨(취업준비생)가 있다고 하자. 이 당시 김청춘씨는 (용돈 등으로) 연간 소득이 1천만원이다. 그리고 몇 년 뒤 김청춘씨는 본인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였다. 30세가 된 김청춘씨(직장인)는 연간 소득이 5천만원이다.



 [A]  25세 김청춘(취업준비생) 소득 1천만원, 30세 김청춘(직장인) 소득 5천만원



일반적으로 취업준비생 시기와 직장인 시기에는 소득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집을 사거나 차를 사는 등 큰돈이 드는 일을 제외하면 소비하는 금액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직장인은 돈을 쓸 시간이 없고 직장에서 식사를 제공해주기도 하여 취업준비생보다 소비가 적은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데 25세 김청춘씨에게 5백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금 5백만원을 대출받으면 연이자율 3.5%로 5년 뒤 30세에 상환할 수 있다. 아픈 청춘 시기를 보내느라 늘 돈이 궁했던 김청춘씨는 대출을 받았다. 말 그대로 '젊을 때 빚을 내어' 이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 30세가 된 김청춘씨는 직장인이었고, 25세에 대출받은 돈은 이자 포함 6백만원이 되어 월급의 일부로 대출금을 상환하였다.



 [B]  25세 김청춘(취업준비생) 소득 1천5백만원, 30세 김청춘(직장인) 소득 4천4백만원



이 두 경우 A와 B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 25세의 5백만원이 30세에는 6백만원이 된 것처럼 돈에는 시간가치, 즉 이자가 붙는다. 따라서 취업준비생이 느끼는 5백만원의 가치와, 직장인이 느끼는 6백만원의 가치를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만약 B가 더 행복하다고 답한다면,  '젊을 때는 빚을 내서라도 떠나라'라는 말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도 대학생활부터 수험생활, 취업준비 생활까지의 시절을 생각해보면 물론 젊음과 자유가 가장 많은 시기이기에 좋은 것도 있었으나, 항상 돈이 부족하여 천원 만원이 아쉬웠다. 돈을 아끼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캔커피를 마셨고, 볶음밥을 먹으면서 치즈추가를 하지 못했고, 대학교 모임에 가서는 회비를 아끼기 공식적인 1차 자리만 끝내고 집에 오기도 했다.


그런데 직장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작은 절약들이 크게 의미가 있었을까 싶다. 가끔 공부하기 힘들 때는 조지아 캔커피가 아닌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어도, 볶음밥을 먹으면서 모짜렐라 치즈를 추가했어도, 대학교 모임에서 2차까지 참여해서 술을 마셨어도 한 달 동안 10만원 정도를 더 쓰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작은 사치들로 느꼈을 나의 효용(기쁨)은 10만원보다는 훨씬 컸을 것이다.


사회에 진출하여 정기적인 소득이 생기고 난 후에는, 비록 그 돈이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고 고급 차를 살 정도의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당장 내 손에 10만원이 있고 없고에 따라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청춘'이라고 말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그 10만원으로 사소하지만 큰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직장인이 된 후에는 돈보다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 때 빚을 내서라도 몇 달 동안 여행을 떠나볼걸.." 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나도 지금 다시 대학생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필요하다면 학자금(생활비)대출 등을 적극 활용해서라도 그 청춘을 더 즐겁게 누리고 싶다. 때로는 작은 사치도 부리고, 방학 때는 여행도 다녀오고. 그 결과 직장인이 된 지금은 빚을 갚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청춘들에게 '아프니까 청춘'과 같이 꼰대 같은 발언을 하는 것도, 가장 큰 이유는 청춘이 가진 젊음과 자유가 부럽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버린 그들은 이제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도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시절이기 때문에. 청춘이 아픈 것은 사실이고 청춘을 아프게 만드는 사회도 문제이지만, 빚을 내서 여행을 떠나라는 말처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청춘을 보낼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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