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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Jun 30. 2016

안개, 평화로에 멎다

가끔은 자신이 주절거리는 글을 단편적으로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앞뒤 전후 상황을 설명하기보다는 그 당시 느낌을 몇 줄로 표현하고픈 순간들.

평화로를 달리던 그 순간이 그런 시점이다.

안개 낀 그곳에서는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는 순간들이다.

내 마음을 헤아려볼 뿐이다.



서서히 달리던 차량 한대가 나를 지나 멀어진다.

비상등도 안 켠 채 잘도 달린다.

세상은 언제나 비상사태

굳이 지금 비상등을 켤 이유는 없을 터다.


저 차의 앞에는 기억이 남아있을까

추억이 혹시나

나를 보고 웃어주지는 않을까


평화로를 둘러싼 안개는

바깥세상 대신 자신을 돌아보라 한다.


눈부신 세상은 이제 모두 같은 희뿌연 색

눈알 굴리며 주변을 둘러봐도

불확실함에는 차별이 없다.


아직 누군가에게 남아있는 미련이 있다면

비상등은 나의 존재를 바깥세상에 알려줄까

기억의 저편 너머에서 신호를 보내지 않을까


안개 낀 평화로는 간간히 불빛만 내보일 뿐

여전히 대기 중이다.


차는 속도를 내지 않아도

결코 뒤쳐지는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아버렸다.

미련의 굴레를 벗기 좋은 시간.


창문을 열고 스멀거리며 나를 투과하는 안개를 맞는다. 

안개는 미래와 함께 서서히 스며들었다

시간을 거슬러 추억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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