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Sep 24. 2016

'천국보다 낯선' 제주 풍경_해질녘 동복 앞바다

가끔은 비현실적인 제주가 주는 힐링

벌써 한참을 지나기 전의 일이다. 주말을 구좌에서 보내고 제주시내로 나오는 시간. 

주말 내내 보낸 시간들을 휴식으로 삼고 그 다음은 역시 월요병이라는 것을 앓아보고자 함인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제주시내의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


밤새도록 창틀이 들썩이며 바람이 불어댄다. 그 와중에 비는 양념으로 오는가 싶더니 어느 덧 주객이 바뀐 듯 비가 주역이 되어 버렸다. 비바람이 부는 구좌는 을씬년 스럽기 이를때 없다.


내가 제주 동쪽의 마을을 생각지 않았듯 그 마을이 주는 거리감이나 앞으로의 낯설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여전히 구좌와 제주 시내에 숙소가 계속될 것 같은 착각을 품는다. 가끔은 마치 숙소 두 곳을 가지고 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온다. 한채라도 좋으니 제주에 내 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내로 돌아오는 길 뭔가 다른 무엇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약간 멀리 보이는 바다가 다르고 하늘이 이상하다. 이상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이런 경우를 만나기 어렵다. 

하늘이 티없이 맑기만 하고 구름 한점 없는 하늘도 아니다. 가장 큰 차이는 달리는 차안에서 수평선 너머로 희뿌옇게 물체가 보인다. 섬이다. 제주 북쪽에서 볼 수 있는 섬이라고는 동쪽의 우도나 서쪽의 비양도 혹은 차귀도 수준일텐데  저 섬들은 그 너머에 있다. 소위 한반도의 남쪽 섬이 눈에 들어온다. 완도군에 속한 섬 그 무엇일게다. 여서도라는 말도 있고 고흥반도라는 말도 있지만 솔직히 어느 섬인지 모르겠다. 함께 동행한 지인이 여서도라는 이름을 알려줬을 뿐이다.


제주에서 이토록 맑게 바다 건너의 섬들을 보았던 경우가 오늘까지 딱 두번 있었다. 노꼬메 올랐던 시절의 맑은 날씨가 그랬고 다시 오늘이다.

저녁 먹으러 가는 시간. 열심히 달려도 약속시간 안에 도착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이 날씨를 택하기로 했다. 차를 세우고 잠시라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이미 차는 김녕앞바다를 지나 함덕으로 향하고 있었다. 


"동복쪽으로 들어가시죠. 그곳에 바다 보기 좋은 곳이 있어요"


지인의 선택에 따라 차를 동복리의 바닷가 어느 곳에 세웠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너무나 맑은 날씨로 인해 가시거리가 무척이나 멀리 보인다는 점이다. 남해안의 섬이 보이는 것은 마치 바다라는 너른 공간을 접어놓은 효과를 가져 온다. 불가 10~20분정도만 배를 타고 나가면 닿을 듯 내 자신뿐 아니라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제주의 풍경은 이런 날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일반적인 날씨야 늘 찌푸등하거나 햇볕이 쨍하고 맑거나 하지만 그런 날씨가 어디 제주뿐이랴.  차를 몰고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끔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천국보다 낯선...'

정작 짐 자무시의 고독한 방랑영화인 이 영화의 내용보다는 제목이 주는 묘한 여운만이 생각난다.


이런 날씨는 천국보다 낯설다. 바다가 아닌 그냥 길거리의 모습도 공기의 투명도가 주는 여운이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크게 숨을 쉴만한 한 순간이 또 많은 시간을 견디거나 최면을 걸 수 있는 힘을 준다.

색감이 주는 느낌은 바그다드 카페의 텍사스 어딘가를 연상시킨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 동부의 이정표_다랑쉬오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