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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Feb 24. 2016

집중과 집착의 줄타기

글쓰기의 새로운 집착을 경계하며...

집중력이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주변에서 말하거나 내 이름을 불러도 전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무언가에 몰두하는 상태가 종종 있다.     


공교롭게도 생산적인 활동인 경우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이 같은 집중력이 발휘하게 되면 어김없이 그 후유증이 발생한다.       

“넌 도대체 몇 번이나 불러야 대답을 할거야”     


갑자기 불호령이 떨어진다. 지금 처음 듣고 대답을 할 뿐인데 이나 4~5번을 불렀다고 하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어울릴만 하다. 항변을 하기에도 참 면이 안선다. 지금 내 귀에는 처음 들리는 소리겠지만 상대방은 이미 화가 나 있을 만큼 열이 올라있는 상태다. ‘왜 한번 불러놓고 그리 화내냐’고 말하면 더 빈정 상하게 하는 듯해서 조용히 상황을 관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를 보면 주변에서 종종 들리는 현상이므로 딱히 집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할 일은 아니지만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라는 점에서 집중력의 척도를 들어볼 밖에 없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이 집중력을 발휘하면 어김없이 후유증이 발생한다       


2년 전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몇몇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도 한다. 아니 내가 정기적으로 쓰면 정기적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크게 중요치 않으니 정기적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2주정도 글이 안 나가면 왜 글을 안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으니 약간의 고정 독자는 생긴 셈이다.     


컬럼이란게 불현 듯 착상이 떠오르면 한 두시간 만에라도 후다닥 쓰여지지만 논점이 잡히지 않으면 몇날 몇일이고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할뿐 도무지 진도가 나기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글을 쓰는 순간의 시간은 불과 2~30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머지야 읽었던 글을 또 읽고 다시 고치고 다시 읽고... 수없이 많은 반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더 줄어들기 마련이다.     


문제는 글을 보내고 난 후부터이다. 뻔히 큰 문제없이 나온 경우가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안절부절하는 경우는 나도 어쩔 수 없다. 보내고 난후 메일은 확인했는지 메시지를 보내고 메일에서 수신확인을 한다. 수신확인이 되면 메일을 본 것이므로 언제쯤 인터넷에 반영되어 기사로 나올 것인가가 고민이다. 들어간 홈페이지에 글이 게재가 안되면 10분단위로 들어가 보는 것 같다. 알아서 때가 되면 노출을 시키고 그쪽 편집국도 스케쥴이라는게 있을텐데 어느 순간부터 상대편의 일정은 내 스케쥴에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쯤되면 집중력이 아니라 집착으로 상황은 반전된다.     


얼마전 모바일에서 한 두건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 글이라는게 나이가 들어서 쓰는 내용이라 대단히 올드하고 전통적인 형식을 따른다. 요즘의 젊은 감성의 글이 아님은 익히 잘 알고 있을뿐더러 최근 감성의 글에 대해 그다지 따라가고 싶은 욕심도 없는 터라 전통적인 포맷의 딱 떨어지는 글을 선호한다.      


어쩌다 내 글이 무슨 이유인지 조회수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다른 글들이야 몇십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한가지 글이 1000건이 넘는 경우에는 생각이 좀 달라진다.    

 

수시로 카운팅한 통계를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숫자가 올라간다. 처음에야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이걸 보고 있지 싶다가도 카운팅 숫자가 올라가면 갈수록 자주 통계치를 쳐다본다. 


체면이고 뭐고 없다. 그 숫자에 내가 실려서 올라가는 느낌이다. 내가 쓴 글의 무슨 요소가 사람들이 쳐다보게 하는지 궁금해진다. 어쩌다 검색에 자주 나오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겠지만 그야 내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내 글을 되집어 볼때마다 부족한 무엇과 낯뜨거운 문장력에 숨이 막히지만 카운팅이 올라가는 숫자의 변화에 대한 궁금증은 쉽게 식지 않는다.      


집중력이 좋다는 게 내 정신을 온전히 필요한 것에 몰두하고 다른 신경을 끔으로써 효율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면이 강하다면 이놈의 집착은 온 신경을 거기에 쓰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통제가 되지 않는다. 그 생각이 먼저 떠오르고 그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이 보임에도 정신과 달리 몸과 생각이 그쪽을 먼저 따른다는 차이가 있다.     

살면서 집중했던 기억들을 많이 갖지는 못하지만 집착에 대한 후유증은 많이 경험한다. 그 집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 어디 글뿐이겠는가. 사소한 것에도 내 자신의 모습과 동떨어진 행동을보이는 것은 집착일 뿐이다.     

나는 지금 또 다른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글쓰기에 집착하는 것인가.   


<201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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