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이 정도는 색을 지녀야 제철 색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불현듯 만나는 제주의 날씨는 여러 면에서 흔들림과 가깝다.
그 감동의 실체는 언제나 우연성이다.
오늘 날씨는 꼭 좋을 것이라던가 비 오는 바다는 이래야 한다던가.
어떤 기대라도 예상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울림은 저절로 사그라드는 법.
바다의 색깔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결과를 알고 바다를 바라보거나 하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바다를 지나는 순간 어쩌지 못하고 발길이 멎는 순간.
이 정도는 되어야 바다의 색깔이라고 인정하는 수준이 있다.
그 날을 만났으니 좋다.
어느 주말의 해 밝은 종달 바다는 짙은 푸르름을 주고
성산일출봉의 뒤편 언저리에 무성한 구름과 더불어
삶에 관조를 선사한다.
지나는 차를 세우고 바위에 섰다.
신선한 바람과 원초적 푸르름 앞에서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
작은 돌을 징검다리 삼아 저 앞의 일출봉과 우도를 훌쩍 밟아 뛰어오르고 싶어 진다.
그리움이 온 바다에 한껏 묻어 나오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