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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y 11. 2016

용눈이오름, 부드러움의 제주를 드러내다

오름의 여왕이 치세 중인 동부 오름 군락의 즐거움

최근 들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오름 하면 용눈이오름이 아닐까.


산굼부리처럼 오래전부터 관광지의 역할을 해온 것과 달리 용눈이는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름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자연스럽게 받아 그 치세를 누리는 중이다.


무엇보다 용눈이 오름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계기는 김영갑 갤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올레길을 걷다 지나게 되는 김영갑 갤러리를 들른 사람들은 김영갑 님의 멋진 사진이 용눈이 오름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후 용눈이오름은 당연히 찾아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된다.


그런 유명세덕에 공교롭게도 요즘은  관광버스가 단체로 관광객들을 싣고 오름을 방문한다. 이미 관광객들이 개별적으로 찾는 장소에서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한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제주의 자연과 사람은 부드러움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눈이 오름에 가면 그와 반대되는 부드러움을 준다


관광객들이 이 오름을 찾을 경우 완만한 굴곡의 오름이 주는 평이함과 나무 대신 억새가 전부인 오름인 덕에 오름스러운 느낌을 한껏 몸으로 느끼고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주변에 탁 트인 동쪽의 경치를 볼 수 있다. 동쪽 바다와 성산봉, 뒤편의 한라산과 동부 오름 군락 등 그 어는 곳을 둘러봐도 경치로는 나무랄 데 없는데다 용눈이 스스로 가진 오름의 완만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려움을 주지 않으면서도 제주스러운 감동을 함께 전해준다.


어쩌면 제주가 주는 부드러움의 전형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는 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제주의 자연과 사람은 부드러움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눈이 오름에 가면 그와 반대되는 부드러움을 느낀다. 현실과 반대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주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부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다랑쉬오름과 오른쪽의 아끈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은 구좌읍 상도리에 속해있다. 밭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마을인 상도리 소속 오름인지라 오름 주차장에 있는 매점도 상도리 마을회가 운영한다. 


기존의 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주의 오름은 민둥산인 셈이다. 나무 대신 억새가 온통 뒤덮고 있으니. 그러나 그런 민둥산이 보여주는 제주의 자연은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다. 특히 동쪽 구좌와 성산 쪽의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억새는 아주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용눈이 오름은 제주의 자연이 주기 쉽지 않은 부드러움을 지닌 대표적인 곳이다

단 하나의 봉우리가 아니라 살며시 돌아가며 분화구를 여유롭게 느낄 수 있는 기분을 준다는 점에서 용눈이오름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왕의 치세를 누릴 듯 싶다. 행여나 오름에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마디 하고플 뿐이다.


'힘들이지 않고 천천히 걷다가 내려오세요. 그런 하루를 경험하면서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느긋하게 만끽하세요. 그리고 당신이 간 용눈이오름의 날씨에 이곳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편안함을 지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자연인지 알고는 웃으며 내려오세요.'


용눈이 오름은 제주의 자연이 주기 쉽지 않은 부드러움을 지닌 대표적인 곳이다. 그러나 그 가치를 사람들이 알게 되어 반가우면서도 유명세로 인해 무언가 비자연적인 요소가 결합될까 한편 걱정스럽기도 하다. 거친 제주의 자연이 살며시 던져놓은 예외의 상황에서 오늘 나 자신에게 무엇을 보는지 되묻게 된다.


자연을 보면서 동시에 자기 스스로도 둘러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오름의 여왕이 오후 한나절을 책임지는 중이다. 

눈앞에 일출봉과 뒷편의 우도 왼쪽 끝자락의 미미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눈앞의 다른 오름은 물론이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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