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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r 14. 2016

제주의 세렌게티, 삼다수 목장

제주 초원과 아프리카 나무가 주는 이국적 속살

제주에 와서 접하는 낯선 풍경 중 하나가 목장이다.

강원도 대관령 목장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라산 아래쪽에 산재해 있는 목장은  사뭇 낯설음과 함께 이국적 신선함을 준다.


공교롭게도 제주에는 마을목장이 꽤나 많다. 마을목장을 팔아넘겨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공동 소유인 마을목장이 있다는 것은 육지에서는 여간해서는 접해보기 힘든 소유형태다. 공동체가 많이 남아있다는 제주형 소유형태의 단면이다. 이를 보존하자는 주장도 많지만 아무래도 사유화가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사회분위기에서 소유 주체가 마을인 목장은 국유지나 도유지처럼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 이유인지 매년 마을목장은 개발사업의 타겟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물론 사유지인 목장도 많다. 사유지인 관계로 오픈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차를 몰고 가다보면 종종 목초지를 만나고 초지에서 조형물마냥 서있는 말들도 보인다.


승마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만큼 승마하기 좋은 장소가 어디 있느냐며 내게도 승마를 강하게 권하곤 한다. 시간과 돈이 허락된다면야 못할 이유야 없지만 둘다 부족한 상황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사려니숲길 입구를 지나 교래사거리에 닿기전 몇몇 차들이 추차장도 아닌 길가에 차를 세우고는 스스럼없이 담을 넘어 걸어들어가는 곳이 있다. 이미 웨딩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져 적지 않은 결혼사진의 배경역할을 해주고 있는 목장이다. 삼다수 목장. 몇번이고 지나만 가다가 안개가 낀 날씨를 핑계로 혹시나 하고 차를 세웠다.

사유지인 관계로 오픈할 이유가 전혀 없는 목장을 사람들은 개구멍같은 곳의 담을 넘어 목장 안으로 들어간다.


안개가 좌욱하게 낀 삼다수 목장은 누드사진가들의 단골 사진촬영장이라하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안개는 이날 목장을 점령하지 못하고 일찍 떠나버렸다.  웨딩촬영을 위해 한팀의 예비 신혼부부가 열심히 야외촬영을 진행중이다.


제주에서는 초지에 서있는 나무들을 아프리카 나무라고 부른다. 케냐의 유명한 세렌게티 평원처럼 넓은 초지 한 가운데 서있는 나무들이 멀리서 보면 흡사 아프리카의 초원을 연상시킨다고 부르는 이름이다. 어디선가 사자라도 어슬렁거리며 나와주면 좋겠지만 소한마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풀이 발목을 넘을 때쯤 되면 소를 방목시켜 풀을 뜯게 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그 전에 이 초지에서 동물을 볼 일은 없는 대신 사람들만 계속해서 보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가 주는 이국적 속살을 보여주는 삼다수 목장과 아프리카 나무가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문뜩 여기가 혹시 아프리카가 아닐까 기대하거나 혹시 누드모델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비내리고 안개낀날 계획없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날 또 다시 찾아오면 되지....개구멍을 벗어나는데 몇몇이 계속 차를 주차하고 있다.

<2016.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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