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Oct 31. 2017

제주를 걷다_한담 해안도로

곽지에서 애월까지 2014년 11월 8일

곽지에서 애월을 향해 걷는다.

어제 역시 무리한 금요일 저녁. 이유도 없이 꽤나 많은 술을 마셨다.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주체를 못 하고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후회할게 뻔히 보이는데 말이다.


늦은 기상이다. 12시다. 오늘 하루하나 카페의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 지인이 베트남 쌀국수를 판다. '곽지 BAR다'로 나름 유명한 지인의 오픈을 위해 잠시 들려보기로 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오전 11시부터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오후 1시부터란다. 그렇담 갈 수 있겠다 싶어 속이 느글거리는 몸을 이끌고 애월 장전을 향했다. 도작 한 시간은 오후 2시. 이미 파장 분위기로 달려가고 있었으나 다행히 마지막 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사실 국수보다는 국물이 더 해장에 도움이 되는 관계로 해장을 위해 그 시간까지 참고 버스를 탔다.

하도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 그 이후의 스케줄을 생각하지 못했다. 곽지에서 내려달라 했다. 그곳의 바닷길을 걷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지난번 방문 시에 걸어보지 못한 길이 생각났다. 짧은 거리를 걷기로 했다. 


곽지해변의 끝물에 떨구어진 시작점. 해변이 끝나고 산책로가 시작된다. 이 해변로는 이효리가 극찬을 했다 해서 더 유명해진 모양이다. 해안도로이면서도 계속 이어져 있어 말 그대로 산책로지 대단한 거리는 아니었다.

산책로서는 매우 훌륭하고 추천할 만한 장소다. 올레길도 피해 가고 있는 터라 오붓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매우 좋은 장소라 할 수 있다. 제주시에서도 그리 멀지도 않다.


바닷가를 향해 던져진 다양한 현무암의 모양이 제각각 이름이 붙여져 있기도 했지만 그냥 그런 이름이 없어도 특이하고 다양한 모양만으로도 의미 있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아주머니 한두 명이 산책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가족 단위로 편안하게 사진을 찍으며 산책하는 모습도 쉽게 발견된다.


애월이 가까워지자 나름 유명한 카페들 때문인지 차들이 잔뜩 서있는 카페 겸 게스트 하우스가 보인다. 봄날이라는 이름의 카페였는데 겉 단장을 화려하게 해서인지 색감이 알록달록한 느낌으로 사진을 찍기에는 좋은 농가주택이다. 


괜히 그런 모습에 사진기를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곽지를 지나니  애월 해안도로라는 이름으로 팻말이 바뀐 채 길이 계속된다. 애월 해안도로는 곽지만 한 임펙트는 조금 약했다. 그래서인지 양식장 같은 창고들 주변을 걷는 길이 가끔씩 나온다. 항구까지는 그렇게 길이 계속된다. 마지막 항구를 남겨두고 그만 걷자는 생각이 든다. 길도 끊어지고 주변 환경도 별로다. 해안도로의 시작에 비해 끝이 흐지부지하다는 느낌이다. 길가로 나섰다.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로 다시 돌아간다. 이제는 제주시가 익숙하다. 내가 머무는 곳이기도 하니 말이다.


가끔은 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라 자전거는 조금 걱정이고... 바람이 강한 제주에서 자전거와 바람은 적응하기 쉽지 않겠다는 새악이 든다. 내년 봄에나 자전거를 타고 달려볼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두워진 제주시의 환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