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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r 21. 2016

제주가 주는 상상력 1_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오름을 보면서 떠오른  상상력 부재의 자신을 책하다

제주도에는 보아뱀이 득실댄다. 그것도 산만큼 커다란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채 제주도 곳곳에 떡하니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성경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렸다는 책인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초반부에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이야기가 나온다. 모자를 보고 보아뱀을 연상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동심 없음과 세속성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모자를 보고 보아뱀을 연상하지 못했다고 동심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같은 상상이 가지는 신선함과 동심에 대해서는 굳이 부인하고 싶지도 않다.


어린왕자의 보아뱀 기준에 따르면 제주에는 수많은 보아뱀이 산다. 더구나 코끼리도 많이 사는 게 분명하다. 그 코끼리를 보아뱀이 다 삼켜 현재는 없는지 모르겠으나 상상을 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차를 타고 오름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내용이다. 동부 오름군을 지나다가 어린왕자의 보아뱀 형상과 그 안에 잡혀있을 코끼리를 연상해 보길 바란다. 코끼리가 먹혔을 시간과 앞으로 소화될 나날도 함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신들의 섬'이라며 1만 8천 신들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일본에는 8만여 신이 있다는 이야기에 빗대어 제주에 수많은 신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다. 콘텐츠의 활용 가능성과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기 위한 말이다.


제주도 신화에는  설문대할망, 자청비, 가문장아씨, 백주또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제주도 신화는 본풀이라 하여 전해내려 온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오랜 기간 자연환경과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이를 기관의 이름에 붙이기도 하고 공원의 주요 모티브(돌문화공원)로 삼기도 한다. 신화역사공원이라는 복합리조트의 모티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육지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있고 익숙지 않은 풍습과 문화도 함께 뒤따른다. 나 역시 이 같은 문화적 자산이 반갑고 새롭고 가능성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한다. 이 같은 이야기가 궁금하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활용의 질은 아직까지 미지수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가능성은 높지만 콘텐츠로서의 one source multi use의 예는 아직까지 찾기 쉽지 않다. 나 역시 무언가 이 이야기들의 가능성은 충분히 느끼지만 그것이 발현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실제로 제주가 힐링의 섬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 힐링에 맞는 프로그램은 정작 없다. 공교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바다와 한라산, 오름을 힐링의 주요 도구로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바다를 바라보고 한라산에 오르고 오름에 오르는 것만으로 충분히 힐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주의 자연을 보면서 '아~좋다'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이 자연이 주는 삶의 의미와 영감이 필요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신의 삶과 연계되어 그 무언가 내가 자연과 연계된 감성적 연대가 필요하다.

상상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언젠부턴가 제주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경치에 감탄하고 뭔가 다른 느낌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보는 사람의 상상력 부족이 만들어낸 부족감이다. 이 결핍증을 상상으로 풀어가면 좋겠다. 


오랜 역사를 통해 문화와 생활환경을 통해 만들어내 제주의 이야기가 서서히 수면 위로 오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육지 것의 입장에서 보면 그 이야기가 재미가 있으면서도 그 이상의 무엇으로 발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동시에 남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느낀 감정과 상상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주에 가서 어느 경치가 이쁘다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경치에 대한 사진에 덧붙여 그것에서 느껴지는 상상의 이야기와 가능성을 이야기하면 더 좋지 않을까. 제주도만의 상상력이 그동안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육지에서 가능한 상상의 방법을 제주에도 적용시킬 시키면 더 다양한 문화가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제주는 상상을 부르는 자연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상상이 발현되는 채널과 방법은 아직까지 미진하다는 생각이다. 


상상력 부재를 절감하며 또 하루를 보낸다. 나는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뭘 또 생각하지? 


엉뚱하지만 제주가 환타지의 무대가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혹은 첩보영화나 공포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것은 또 어떨까도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의 무대를 삼아도 마냥 좋을 듯 한 느낌이다. 그 무엇하나 제대로 된 이야기를 꾸며내지는 못했지만 이같은 이야기들을 현대의 채널에 맞도록 만들면 MCN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제주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치는 시간이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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