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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12. 2017

제주의 대표 숲길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곳_사려니숲길

2014년 11월 22일

사려니 숲길. 3시간 이면 충분하 걸울 수 앗는 길.

제주 와서 본격적 을로 바다와 상관없이 처음으로 걷는 숲길.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이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그 앞을 서너 번 지나다 보니 한 번쯤 와봐야겠다 싶어 다시 버스를 탔다. 이제는 제주 버스가 익숙하다. 코스와 버스번호도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의 느낌을 풍부히 자아내는 숲길은 역시 가을에 어울린다. 버스에서 내리자 숲길을 걷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입구를 향해 열심히 걷고 있다. 숲길 입구는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힐링할 수 있는 많은 싱그러움을 준다. 입구 아무런 걸림이 없다는 것이 좋다. 웬만한 숲길이나 자연적인 곳은 다 무료다. 택도 아닌 곳을 무슨 공원 입네 하면서 그곳에 자리를 먼저 잡았다는 이유로 돈을 받아 챙기는 사찰들의 터무니없는 징수에 비하면 제주도는 참으로 관광객에 대해 관대하다.


숲길은 그렇게 시작됐고 특별히 시작이랄 것도 없이 잔잔한 이 연이어 계속된다. 그것이 시작이자 끝이라 아쉬우면서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려니숲길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하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숲길....... 완만한 평탄지형으로 주변에는 물찻오름,괴평이오름,마은이오름,거린오름,사려니오름 등과 천미천 계속, 서중천 계곡들이 분포하고 있다.... 전형적인 온대 산지인 사려니 숲길에는 자연림으로 졸참나무, 서어나무가 무성하고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으며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다. 
천미천의 모습


<관중> 흔히 공룡시대의 배경에 아주 흔히 나오는 식물. 이름은 관중이란다. 큰 나무아래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뿌리에는 구충효과가 있어서 약용한다.


한참을 걷다가 숲다운 느낌을 주는 곳마다 서서 주변을 서성인다. 내가 언제 산에 가서 나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걸음을 멈추어 숲을 자세히 본 적이 있던가. 그러고 보니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숲은 숲으로만 생각하고 산은 산으로 생각했었다. 오히려 나무가 없는 바위가 나오면 특이하고 신기해서 그곳을 기념하려고 멈췄던 적이 많았다. 아마 악산을 다니는 서울의 등산객과 숲 속을 트래킹 하는 사람들과의 현실적인 차이를 이제야 깨닫게 되는 모양이다. 사실 숲길을 걸으려 왔으니 숲길이 외에 무엇을 말할 수 있으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마는 불현듯 이 길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길을 걸으려 왔으니 숲길이 외에 무엇을 말할 수 있으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마는 불현듯 이 길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는 길마다 포장을 해 놓았다. 아뿔싸 이 길을 누가 만들어놨는지는 모르겠으나 진정 힐링의 숲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는 걷는 길이 자연의 흙길이어야 하는 점은 당연한데 아직도 시멘트 길 위를 걸으며 힐링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싶었다.


제주 숲은 우거진 때문인지 나무 밑의 습한 곳은 어김없이 관중이 자라고 있었다. 양치식물이라 했던가. 어릴 적에도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한편으로는 고사리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룡시대의 배경 식물로 어김없이 나오는 풀이다. 그래서 더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지 모르겠다.


진정 힐링의 숲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는 걷는 길이 자연의 흙길이어야 하는 점은 당연한데 아직도 시멘트 길 위를 걸으며 힐링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싶었다


 나무와 숲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기분만으로도 오늘 걷기를 잘한 것이 아니던가. 숲을 걷다 보니 독한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열심히 걷고 있지만 그래도 맘은 여전히 여유로워지는 느낌이다. 1시간여를 걸었을까 중간 기착지인 물찻오름 입구까지 도착했다.


불행히도 내년 6월 30일까지는 물찻오름이 통제돼 오를 수가 없다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있다. 아쉽다. 내친김에 정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주변에서 까마귀들이 퍼덕이며 자신들이 본거지임을 자랑한다. 아니 더 이상 이곳에 발 들이지 말라고 경계의 눈빛과 행동을 하는 듯하다.


그래 이곳은 너희의 터전이다. 인정한다.

일어서서 다시 걸었다. 이곳을 반환점으로 삼던가 아니면 붉은오름을 향해 비슷한 길을 걸으면 끝이다.


오늘은 저녁 7시에 러시안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니 그곳의 운영을 위해 5시 정도까지는 사무실에 가야 한다. 귀찮은 일이지만 일은 일이고 또 클래식 공연이 기다리고 있어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있다. 반환점을 돌고 천천히 붉은오름을 향해 걸었다. 물찻오름을 지나 붉은오름 쪽으로 나가는 길이다.


길들이 지나치다 싶게 평탄하다. 사실 오래 걷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는 없는 길이다. 숲길이길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단순한 산책길 정도.


물찻오름을 지나고 나니 밖으로 나가는 일만 남은 느낌이다. 이게 뭐지 싶다. 이렇게 싱겁게 사려니 숲길이 끝나다니...

아무런 특징도 없이 다시 이 같은 숲길이 붉은오름 입구까지 계속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서운해서 그냥 돌아갈까 하고 몇 번을 망설였다.


그래도 왔던 길을 돌아가느니 안 가본 숲길을 가는 기분을 천천히 음미하자며 걷는다. 만일 그 길을 계속 가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한참을 지나는데 힐링을 할 수 있는 숲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월든 삼거리라는 이정표가 나타나며 순간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나무 바닥  산책길을 걸을 때만 해도 곧은 삼나무가 조금 있는 곳인 모양이구나 싶어 크게 기대를 하고 걷지를 않았다. 이윽고 일단의 나무 판이 지나자 본격적인 삼나무 숲길. 월든 삼거리 숲이 나타났다. 암튼 이렇게 많은 삼나무 숲을 인공적으로 조림했든 어쨌든 많은 산에 가봐도 한 가지 수종이 이렇게 많이 한 곳에 쭉쭉 뻗어있는 느낌을 가진 숲은 없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힐링을 위해 삼나무를 심어놓은 공간이었다.


숲을 한 바퀴 걸으니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제대로 된 삼림욕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천천히 걸으면서 숲과 하늘과 나 자신을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 기분이다. 숲의 장점이 이것이다 싶었다. 좋은 경험이다.
숲을 나서니 다시 길이 멋지게 내 앞에 나타났다. 붉은오름 쪽으로 나가는 길이다. 이 길을 안 왔으면 돌아가서 사려니숲길에 대해 폄하했을 것이고 한참 동안을 별다른 감흥 없이 다른 사람에게도 이 이야기를 했을 것을 생각하니 부끄럽다 마음이 떠올랐다.


설명에 따르면 제주도의 장례문화는 사람이 사망하면 매장하여 봉분을 만들고 빠른 시일 내에 산담을 만들어야 한다. 산담을 하지 않으면 방목하던 마소가 들어와 풀을 뜯으며 묘를 허물수 있고 진드기 구제 및 목초의 생육을 원활히 하기 위해 늦가을 목장지대에 불을 붙이는 '방애불'로 위험에 처해지기도 한다. 특히 산담 안에는 무덤을 수호하고 망자의 시중을 들어주는 동자석이 세워지고 영혼이 바깥출입을 위해 60cm 정도의 길을 터주는데 이것을 신문이라 한다.


불현듯 그림자가 생긴 흙길의 나 자신이 눈에 들어왔다. 길 한복판에 공교롭게 만들어진 나 자신의 그림자다. 얼른 카메라를 열어 사진을 찍는다. 생각지도 못한 득템이다.


즐거운 하루였다. 빨리 가서 즐거운 챔버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들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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