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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21. 2017

4.3 추념식을 가다

2015년 4월 3일

제주와 4.3은 어느 시기에는 동일어처럼 들릴때가 있다.

육지사람들에게 별 의미없는 만우절 다음다음 날이지만 제주에서 4.3은 전 도차원의 제삿날이자 과거와오롯이 직면하는 날이다.

제주사람들에게는 울분과 분노 혹은 좌절과 슬픔이 교차하는 만큼

육지사람들의 무심함이 야속해 보일 것이 당연하다.


육지인들에게 4.3은 폭동이나 사태 혹은 그냥 제주라는 먼 아랫지방 섬에서 발생했던 잘 알지못하는 해방전후 시대의 해프닝으로 다가올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걸 가지고 국가 추념식을 하는 일 자체가 낯설고 어이없고 때로는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나 역시 4.3이 주는 어렴풋한 의미는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캐내려는 의지는 없었다.

물론 그 사실을 거부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4.3에 대해 제주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일은 몹시 불편하고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때로는 역사적 사건을 가지고 약간의 농처럼 던져보지만 이내 아~내가 너무나갔나 싶은 생각을 금방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인가 어제 저녁 아무런 의미없이 4.3을 맞는 내가 너무 불편하다.

대하기 싫었던 과거의 현재버전을 접하는게 불편했고 부담스러웠는지 아침나절 잠이 깨면서 영 몸이 편치않다.


4.3평화공원을 가면서 내 불편함을 잊고 20여년전 초년시절 사건현장을 찾아나섰던 초년 기자시절의 긴장감을 가져 보기로 했다.

생각만큼 잘 안된다. 그저 불편하고 귀찮음이 앞선다.


4.3공원에 가까워지면서 뭔가 거부할 수 없는 엄숙함이 찾아든다.

더구나 안개가 너무 심해 1m앞도 잘 안보일정도로 날씨가 궂다. 통상적인 국가행사면 넓은 광장이나 도심 한복판 혹은 기념적인 건물에서 하기 마련인데 이곳 4.3평화공원은 보기보다 너무 높다. 절물휴양림보다 조금 낮은 높이이다보니 가는데만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도착했을때 수없이 많은 제주도민들이 주섬주섬 제물도 가져오고 꽃도 들고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치기어린 귀찮음으로 이날을 맞이했는지를 알게됐다.


다행히 행사장의 모든 모습들은 너무나도 짙은 안개로 인해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

나중에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보면 그만이다.

나는 이곳의 지리조차 잘 모른다. 안내표시판을 둘러보면서 주섬주섬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통곡의 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각명비앞에서 오열하고 할머니를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0 0 아버지~~" 오열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옆에서 구경꾼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럽다.


상황 하나하나만을 제외하고 다른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 날씨가 고맙다. 그 모습 그대로에만 충실하게 해준다.

그런 4.3추념식을 마치고 난 내가 어쩌면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섬은 알면알수록 좋아진다기 보다는 무서워진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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