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Nov 20. 2017

제주대 앞에서 벚꽃을 만나다

2015년 3월 31일 제주에서 제대로 처음 만난 꽃길

제주대에 갈 일이 생겼다. 많은 학생은 아니지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이라는 것을 하란다. 나는 말을 시작하면 재미있게 하는 편이 아니라 내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다. 


학생들이 내 이야기를 의미 있게 이해할리도 만무하다. 나는 절실하지만 저 아이들은 절실함이 없다. 눈빛이 살아있는 아이들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중에 한 명의 눈빛을 보면서 내 이야기를 했다.


벽 건너편에 시계가 있는데 다행이다. 저 학생들이 결코 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을 리가 만무하다. 그저 나는 내 이야기를 할 뿐이다. 남들이 인정하든 말든 나는 내 이야기를 할 뿐이다.


오랜만에 대학 강의실의 강단에 섰다. 대학교의 강단과 학원의 강단에서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토록 내가 아이들 혹은 학생들에게 역할을 해주고 싶었던 시간에서 벗어나 있었다. 한때 강남의 대치동에서 논술강의로 점철되었던 시절을 제외하고 학생들에게 내 삶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나 했던가.

특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제주대 앞에 피어있는 벚꽃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왜 이리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데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있지 않을까. 너무 안타깝다. 다트머스나 브라운 대학의 이야기가 나와도 이 같은  풍경 이상 일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이 풍경을 놓치기는 싫었다. 한해에 한 번만 볼 수 있는 벚꽃 풍경이 아니던가.


이 풍경을 보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슬프다. 이것을 나 혼자밖에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나는 혼자라는 현실이 같이 다가선다. 제주는 나에게 무엇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를 걷다_온평에서 표선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