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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28. 2017

주상절리의 오전 산책

2015년 8월 15일

오랜만에 여름휴가라고 가족이 내려왔다. 지난겨울에 아들 녀석 혼자서 1주일 이상 지내고 갔던 일과 봄에 아내 혼자 잠깐 지내고 간일을 제외하고는 제주에서 가족이 보내는 시간이라고는 일체 없었던 터라  내심 미안한 상황에서 어렵게 휴가 시간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나는 휴가가 아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그들의 휴가를 케어해야 한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면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우연히 부영리조트에 묵을 수 있게 됐다. 2박 3일간 리조트에 묵으며 서귀포에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다시 애월에서 2박 3일이다.



중2 때 시작된 아들의 까칠한 모습이 지난겨울에만도 매우 심했었는데 이번에 온 걸 보니 많이 누그러졌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어느 면에서나 진실인 경우가 많다. 더구나 시간을 거쳐야만 하는 불가피한 상황의 경우 결국 최종 승자는 시간이자 자기 자신인 것이다.


아직도 저질 체력에 까칠한 모습이 많이 남아있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녀석이 조금씩 커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어 가슴 한편에서 웃음이 나온다.

더구나 시간을 거쳐야만 하는 불가피한 상황의 경우 결국 최종 승자는 시간이자 자기 자신인 것이다

더불어 늙어가는 아내의 모습을 느끼며 이제 인생의 후반기로 접어드는 나와 아내 그리고 인생 자체를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중년의 인생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순간들이다. 느낌은 곳곳에서 배어 나오기 마련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ICC jeju옆의 주상절리로 산책을 나갔다. 비쩍 말라비틀어지다시피 한 아들 녀석의 비주얼이 사진을 찍다 보니 더 강하게 들어온다. 경치도 경치지만 어찌 저리 말랐을까. 나도 어릴 적엔 저랬으리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녀석이 조금씩 커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어 가슴 한편에서 웃음이 나온다

매일 올레시장에서 사준 중절모를 처음에는 멋쩍어하더니 아주 맘에 드는지 계속해서 쓰고 다닌다. 나 달라고 해도 안된다고 하는 걸 보니 잘 사준 것 같고 본인이 보기에도 어울리는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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