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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28. 2017

지미오름이 주는 남다른 감동

2015년 8월 22일

세화 따스함을 가슴에 품고 지미오름을 가고자 나섰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대부분 성산일출봉을 갈테지만 성산일출봉에서 보는 풍경은 다른 맛이 있다.


이것은 마치 파리를 구경하기 위해 에펠탑에 오르느냐 아니면 에펠탑이 보이는 거리에서 사진을 찍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에펠탑에 오르면 파리의 풍경을 더 높이서 볼 수 있겠지만 에펠탑이 나와있는 파리를 구경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출봉이야 이미 여러번 오르기도 했거니와 그보다는 일출봉이 함께 우도와 보이는 그 풍경... 그리고 옆에 나즈막히 누워있는 식산봉과 어우러지는 성산의 모습을 지미오름처럼 잘 볼수 있는 장소를 어디도 없다는 확신이 들기에 지미오름을 찾았다.

에펠탑에 오르면 파리의 풍경을 더 높이서 볼 수 있겠지만 에펠탑이 나와있는 파리를 구경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종달리에서 701번을 내리니 덩그러니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교회가 나를 반긴다. 이 교회에서 개방화장실을 사용토록 이쁜 화장실을 열어준 덕에 교회의 느낌과 고마움을 마음으로 표시하고 지미오름의 둘레를 한참을 걸으며 가고 있다.

바로 옆에 지미오름이지만 그 입구까지는 꽤나 오래 걷는다. 20분가까이 족히 걷는 느낌이다. 한참을 걸어 입구에 다다르니 이미 한때의 무리지은 일행이 차에서 내려 오름을 오르기 시작한다.


지미라는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땅의 끝이라는 의미의 지미가 단순하게 가장 뜻 전달이 잘 된다. 동쪽 끝의 오름정도로 이해하면 쉽지 않을까.


정상까지 거의 일직선상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견딜만 하지만 역시 늙은 체력과 저질 체력이 합쳐지면 버티기 힘든 법이라 휴식이 강행군보다 더 가깝다. 더구나 일행이 나보다 더 지쳐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못이기는 척하고 쉼을 택한다.


한마디로 '되다'는 경상도 사투리가 생각난다.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을 줘놓고 이를 극복하면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할 수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이 만들어낸 인간사의 슬픈 운명이 아닐까

그럼에도 가끔 오르다 뒤돌아보면 그 풍경의 감탄스러움에 자꾸 멈추고 풍경의 변화를 느끼고 싶다. 이 짧은 거리를 오르면서도 뒤를 돌아보고 싶어질진데  소돔과 고모라가 불타버리는 마을을 궁금해하며 어찌 자신들만 살자고 앞만보고 걸을 수 있었겠으며 오르페우스가 뒤따라오는지도 확신이 안서는 뱀에 물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가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싶은 그 욕망을 어찌 견딜 수 있었겠는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을 줘놓고 이를 극복하면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할 수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이 만들어낸 인간사의 슬픈 운명이 아닐까.


나는 풍경이 부르는 소리가 간지러워 뒤를 돌아보다 가끔은 여기서 다이빙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점점 더 풍경이 나를 감싸며 압도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산항에서 우도까지의 도항선이 끊임없이 왕래하는 모습이 그 신화의 먼 이야기를 간지럽히듯 살랑살랑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다시 오르페우스를 생각해보니 죽은 아내의 모습이 얼마나 그립고 궁금했을까 분명 죽은 영혼이었기에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같이 데려가고 싶은 욕심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인간의 운명은 신화속에서 늘 슬픈 자화상을 재확인하게 해주는 잔임함의 결과물로만 이야기가 남는 듯해 씁씁해 졌다. 

오르페우스를 생각해보니 죽은 아내의 모습이 얼마나 그립고 궁금했을까 분명 죽은 영혼이었기에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같이 데려가고 싶은 욕심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정상에 오르니 역시 이곳을 택하기를 잘 했다는 확신이 든다. 제주도의 창세기 신화인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에 걸터앉아 물을 퐁당거리던 성산 앞바다와 빨래바구니로 사용했던 성산봉의 분화구 그리고 빨래판으로 사용했던 우도, 물에 비친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식산봉 그 모든 신화속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경치를 본다.


성산항에서 우도까지의 도항선이 끊임없이 왕래하는 모습이 그 신화의 먼 이야기를 간지럽히듯 살랑살랑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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