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대 앞바당 산책하기
바다.
그 다기함으로 매번 가슴에 담는 느낌이 바뀌는 곳
폭풍처럼 두려움을 선사하기도 하고
때론 내 마음의 명경지수처럼 고요함이기도 하던 변화무쌍한 막막함.
그 중 하루는 드물지 않은 매일일텐데
내가 찾는 날이 많지 않으니 새로움이 더해질 뿐이다.
인위적인 모든 것이 바다를 잠식하는 날도
바다는 제 색깔로 움직인다
파도가 있기는 한 것일까.
조용한 연못에 돌 하나 던져 파장이 일듯
살랑이며 모래밭으로 물결이 닿는다
이곳이 바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길은 있을까
멀리 보이는 저 불빛이 혹시 도로를 이어가는 가로등은 아닐까.
이 명경함을 걸으면 저 불빛까지 한달음으로 닿을텐데
찰랑이는 파장위를 따라 시선을 멈춘다.
다라이 위에 종이배를 띄우듯 배한척이 미끄러져 들어온다.
조기 앞 포구로 들어가리라.
혼자서 돌아오는 배의 사연은 알일 없지만
만선일까.
집에 사정이 있지 않을까
그 배를 보고서야 바다에 서있음을 알게 됐네.
붉게 계속 껌뻑이는 등대의 불빛이 가끔은 기괴하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보내는 경고 신호에
몽롱함을 깨운다
아직 살아서 바다앞에 있으니
바다가 잔잔하다고만 하여 그것이 곧 바다가 아니리라
오가는 차없는 밤길의 해안도로는 어쩌면
피안의 세계마냥 뜻모르게 이어질 인생의 종착역을 향하는 지도
그 사이 한 사람이 바닷가에 서 있어 여기가 세상인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바다는 가만있는데 등대며 한치배며
사람이 만들어놓은 흔적을 보며 바다라고 생각하고 있네
아랑곳 않고 오늘은 바다가 호수이기로 한 날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