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Jul 21. 2018

정갈한 정원이 나를 불러 세웠다

세화 뒷집의 정원

바닷가 산책이 생활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장소를 아는가. 제주의 바닷가 근처 삶은 그 일이 가능해진다. 물론 집에서 나서자 마다 바다를 보는 사치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5분 정도만 걸어나가면 옥빛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호사는 자랑할 만하다.


바닷가 산책을 마치고 세화의 읍내(?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산책을 나섰다.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큰길의 뒤편으로 방향을 잡았다.


뒷길은 일반 주택으로 이어지고 간간히 새롭게 자리 잡고 이름이 붙은 정체모를 집들이 한두 채씩 보인다. 셰어하우스라는 이름도 보이고 혹시 저런 가게가 있었나 싶은 곳도 새롭게 눈에 뜨인다. 제주의 동쪽 지역은 여전히 새롭게 변신 중이다.

담장 너머 아저씨 한분이 열심히 정원 작업 중이다. 화분에 무언가 심고 다듬을 뿐 아니라 아주머니도 열심이다. 흔히 보는 깔끔한 정원을 넘어선다.


온 갖가지 다육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화분과 앞마당 곳곳에 가득 채웠다. 보통의 정성으로는 만들 수 없는 풍경이다. 담장 위에 나무를 파내고 만든 화분과 돌 깊숙이 심어놓은 다육이에 눈길을 보이기 시작하니 들어와서 구경을 하란다. 

내려온 지 5년이 된 육지 출신의 부부가 정성스레 가꾸는 정원이다. 남들은 자라나는 풀과 잡초로 허덕이는데 그 어려운  정원을 정성과 관심으로 손질을 하고 있다. 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흔히 등나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등나무 대신 다양한 열매가 열려있다. 등나무에 저런 열매가 열리려나 싶어 자세히 보니  키위, 아니 참다래가 열려있다. 너무나 많이 열려 일부 솎아낼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등나무 잎으로 가득 찰 하늘에 키위가 걸려있으니 포도 같기도 하고 조금은 낯선 모습이다.

정원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노라며 서로에게 덕담을 하고 길을 나선다.


저런 정원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내가 이 같은 모습을 유지하라고 한다면 도망쳐 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당이 있는 집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 동쪽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_지미오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