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Jul 26. 2018

서우봉의 재발견

함덕을 바라보며 어슬렁거리는 느낌을 받다 

함덕에 서우봉이 없으면 쓸쓸했을 것이다

서우봉은 함덕과 패키지였기에 가치가 더 크게 보인다.

바다를 거닐다 오름도 오르고

오름에서 내가 놀던 해변을 멀리 바라보는 역전은 꽤나 재미있는 입장 전환이다.

서우봉을 함덕 방향에서 오르기보다 북촌방향에서 오르는 것이 더 한적하고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는 지인 한 명과 더불어 북촌 입구에 섰다. 


포구를 쌓아 막아놓은 방파제를 이어놓은 다리가 마치 도개교 같다. 배가 다닐 수 있도록 가운데를 잔뜩 올려서인지 어색하면서도 색다르다. 서우봉을 오르는 길이 여의 다른 오름처럼 여유로움을 느낀다. 오르는 도중 길이 있으려나 싶게 원래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래쪽으로 굽어보는 바다도 멋지지만  마늘이 깔려 놓인 밭의 풍광이 이채롭고 새롭다. 농촌의 모습을 곳곳에서 느끼며 살아가는 마음이란...

도중에 4.3 탐방을 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길을 막고 섰다.  다시 발길을 함덕으로 돌렸다.


함덕 해변이야 언제 봐도 옥빛 물결이 이쁘지만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솟아오르는 리조트와 호텔로 인해 기분이 편치 않다. 해변가는 사이의 풍광을 무시하고 서우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서우봉 주변의 둘레길이 북촌까지 연결되면 좋으련만 아직까지 열리지 않았다. 가는 곳까지는 가보고 싶다. 얼마 가지 않아 둘레길을 끝난다.  위쪽으로 원래의 탐방로와 연결되도록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역력하다. 길이 막히자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길을 열어놓았다. 길은 길에 연하여 있거늘...


걸어 오르는 길 내내 뒤돌아 보는 함덕해변은 푸르르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참 좋은 바다다. 이 바다가 관광지로 급변하며 순수함이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정든 고향을 버리는 심정으로 갈길을 향해 걷는다.

원래의 탐방로로 돌아와 보니 길을 막아놓은 곳 안쪽으로 말 두 마리가 방목되어있다. 방목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좁고 긴 장소에 갇혀 있다. 말들도 이곳을 아는지 앞뒤로만 천천히 움직일 뿐이다. 아래는 낭떠러지요 위로는 담장으로 막혀있으니 저들이야말로 사면초가가 아니겠는가. 녀석들은 두려움인지 편안함인지 먹이를 먹으러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움직인다. 저들은 이 바다를 관조하고 있을까. 

길이 막히자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길을 열어놓았다. 길은 길에 연하여 있거늘...

뛰고자 하는 저들의 욕구는 어디서 해소할 것인가. 푸르른 바다를 보며 뛰어내리고픈 욕구가 생기지 않을까. 푸르름이 스스로를 옥죄이는 순간으로 작용할 것이다. 잠시 잠깐 들렀다가는 나 같은 인간들과 달리 하루 종일 이 바다를 보며 그들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이없는 생각이지만 말들의 근육을 보면서 그들의 본성과 현실의 괴리를 생각하게 됐다.

봉우리 오르는 길을 구비구비 돌아 정상 무렵에 섰다. 묘비가 서있는 곳에 외래종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저 푸른 초원이라... 

정상 부근에 경치를 감상하기 위한 벤치가 놓여있다. 뙤약볕이 내리쬐지만 그 자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를 거부할 수 없을 노릇이다. 한참 벤치에 앉아 땀을 흘리지만 푸르른 바다와 북촌, 앞바다에 떠있는 다려도를 관조한다.

녀석들은 두려움인지 편안함인지 먹이를 먹으러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움직인다. 저들은 이 바다를 관조하고 있을까.

옛적 귀양 온 선비들이 북쪽에 있는 임금을 향해 절을 하며 소식을 기다렸다는 섬. 그 다려도가 멀리서 이토록 아름다울 진데 그 경치를 감상하지 못하고 이제나 저제나 육지에서 유배를 풀어줄 소식을 기다리는 벼슬아치들의 초조함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진다. 어리석은 권력욕이 아니던가. 그러다가 유배를 풀어주는 어명이 아니라 사약을 먹으라는 어명을 받은 이들도 꽤나 있었을 텐데...


우암 송시열이 제주를 떠나 육지로 가던 중 전북 어디선가 사약을 받았다지 않던가. 그 사약을 받으며 그는 소중화를 주창하는 자부심을 어디까지 내려놓았을까. 본인이 중국인으로 태어나 유학의 본고장 인물이 되었으면 하는 사대사상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각해 보았으려나... 그에게 제주도는 어떤 의미였을까. 또다시 생각이 이상한 곳으로 달려간다...

다려도

벤치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잠깐 사이에 여러 사람들이 사방팔방에서 들렀다 잠시 앉아서는 경치를 구경하고 다시 제갈길을 간다. 정거장 같은 느낌이다.

경치를 감상하지 못하고 이제나 저제나 육지에서 유배를 풀어줄 소식을 기다리는 벼슬아치들의 초조함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진다. 어리석은 권력욕이 아니던가


옆으로 빠져나가지 서우봉 정상이 나온다. 이름이 남서모라고 쓰여있다. 서우봉의 원래 이름인 모양이다. 

서쪽의 노송 아래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땀을 식히며 해수욕장을 바라볼 수 있고 원당봉, 별도봉, 서부두까지도 볼 수 있다. 동쪽으로는 다려도와 월정에서 행원까지 시원하게 돌아가는 풍차까지도 전망할 수 있다.  2016년도의 기록이다.


정상의 표지판에 쓰여있는 대로 동쪽의 다려도와 행원까지 들여다보다 내려오는 길에 함덕해수욕장의  멋진 풍광을 보며 천천히 산책길을 마감한다. 시원하면서도 뜨거운 날씨에 온몸을 적신 땀이 싫지 않다. 시원한 풍광으로 둘러싸인 하루를 덤으로 얻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곰솔나무가 쓸쓸해 보이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