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Jul 28. 2018

비자림을 또 위에서 보다

다시 돗오름에 올라...

가벼운 산책길.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을 생각하다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돗오름을 생각해내다.

아주 늦지는 않았기에 방향을 바꾼다. 역시 아무도 없다.


주변의 내노라하는 오름이 병풍처럼 지켜 서있다. 비자림이라도 없었으면 이 오름은 잊혔을까. 혹시 그랬을지도. 비자림을 굽어볼 수 있다는 특권 하나로 마을에서 큰 지적거림 없이 묵묵히 설 수 있다.


다랑쉬와 용눈이가 보이고 곁에 묻어가는 그러나 다른 오름 못지않은 손자오름도 줄지어 있는 언저리 즈음에 돗오름은 비자림의 푸르름만을 천년 간 지켜오며 섰다. 

'내가 지켜왔기에 이곳이 버텨주었으리라'


숲의 언저리에서 무언지 모를 요란한 음악소리만이 정적의 한 순간을 뚫고 나온다. 굳이 저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사람들의 행사 욕심이란.... 오름 꼭대기라 그런가 더 크게 들린다.

오르는 중간부터 뒤돌아봐도 보이는 풍경이 변할리 없건만 오르며 뒤돌아보고 또 오르고 뒤돌아보고 결국 정상에서까지 보이는 모습이라고는 비자림 반대편의 한라산 쪽 서쪽 오름군락 말고는 같은 풍경을 보고 또 보고... 오르페우스도 아니고 이게 뭐람...


다행히 오를수록 멀리 세화 평대 하도 앞바다가 더 넓게 넓게 보이는 재미에 시선을 모은다.

더 멀리멀리 그래 봐야 오름은 그곳에 가지 못할 것이고 비자림의 푸르름 속에 생명의 지리함과 끈기를 계속 지켜보리라. 비자림의 숲 속 기운이 여기까지 연결될 터니 숲이 결국 돗오름의 파랑새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사려니숲길과 사려니오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