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마을활력소...성미산 마을회관 개관식에서
지난 7월 16일 닫혔던 카페 한곳이 1년 여 만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온 세상이 카페로 뒤덮여 있다시피 한 요즘 서울의 뒷골목 한곳에 다시 문을 연 카페가 뭐 그리 대수일까 싶다.
그 카페는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작은나무다. 작년 7월 10여년간 마을의 관문이자 이정표 역할을 했던 카페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직격탄을 맞고 쓸쓸히 이별파티를 해야 했다. 그 이별파티가 1년만에 개관파티로 되돌아왔다.
개관파티의 공식명칭은 성미산 마을회관 개관식.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도시공동체 마을이자 민간의 자발적인 주도로 서울시를 비롯해 많은 지역의 마을만들기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마을의 마을회관이다. 마을공동체가 생긴지 20여년이 되도록 마을회관 하나 없이 있다가 이제야 마을회관이 생겼으니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일 행사는 길놀이부터 시작해서 회관의 활용을 논의하는 이그나이트쇼, 개관축하 공연 등 하루종일 계속됐다. 동네 꼬맹이들부터 마을 주민들까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은 도시에서 보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개관식에 쓰여진 플래카드를 보고 있자니 조금은 안쓰러우면서도 현실을 깨닫게 한다.
작은 나무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야”
마을회관을 오픈하고 회관의 관문인 1층을 작은나무가 맡기로 한 상황에서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야”라는 캐치플레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거센 파고가 얼마나 크고 힘이 센지를 보여준다. 예전에 작은나무가 있던 바로 옆 자리에는 이미 커다란 빌딩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작은나무는 10년여간 자리를 지켜왔지만 2015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서울시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2년여간의 협상 끝에 결국 자리를 비워주고 문을 닫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또 다른 희생양으로 기록되며 기약없는 기억으로 남아야 했다.
그 기억이 마을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끝에 1년여만에 되살아났다. 그 때문인지 이날 개관식은 마을회관 전체에 대한 개관식이었지만 작은나무로 대표되는 마을주민 스스로의 공간이 되살아난 것에 대한 축하 의미가 더 커 보였다.
마을회관은 서울시의 땅에 건물을 짓고 마을발전소라 명명한 후 이를 성미산마을이 위탁운영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공공기관의 자산을 위탁운영 받아 마을과 도시의 공동체를 되살리는 모양새다.
기쁘면서도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민간의 영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상생협약이 얼마나 어려운지. 마을주민들의 공동출자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가 하늘높이 치솟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감당하며 유지하기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 그리고 언젠가는 쫒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극복할 방법이 막연하다는 사실이다.
다른 한 가지 공공의 자산이 어떻게 위탁 운영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많은 공공자산이 민간에 위탁될 때 주민들의 대표적인 이해관계를 무시하거나 일부 사람들의 공간으로만 유지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도시재생뿐 아니라 다양한 공공 사업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덫에서 걸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본의 아니게 임대료를 상승시키거나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황을 왜곡시키는 일을 야기하기도 한다.
공공자산이 운영될 때 지역의 굳건한 공동체와 그들이 쌓아올린 추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시 쳐다보니 “결코 사라지지 않아”가 소극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강력한 의지임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