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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04. 2018

도시재생이 갖는 공통의 고민

[이재근의 한라칼럼]

매년 한해를 마감할 때면 전국의 도시재생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도시재생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행정과 주민, 그리고 지원센터 활동가들이 모여 한해의 사업을 발표하고 네트워킹을 하는 자리다. 올해는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대구에서 열렸다. 광역센터, 기초센터, 현장센터를 망라해 전국에 146곳의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개소되어 있다고 하니 그 안에서 벌리는 일들과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공교롭게도 전국의 도시재생 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제기하는 고민의 범주가 거의 흡사하다. 모든 도시재생사업의 기본 모토는 언제나 주민주도형 사업이라는 방식이다. 주민주도의 사업이 현실로 돌아가면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예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그 내용의 공약수는 한 곳으로 모인다.


도대체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과 주민주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이 많이 나온다. 센터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좀 더 내부적이니 여기서는 생략하자. 주민주도 혹은 주민참여라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거부할 수 없으면서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는 첨예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도 이구동성으로 주민주도의 범위에 관심이 쏠려있다. 주민의 입장을 무조건 수용한다는 한쪽의 극단과 주민들을 가르쳐서 이끌어간다는 반대쪽 극단의 어딘가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주민주도의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를 많이 궁금해 했다.



행사 중 진행된 '고수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몇 년씩 활동해온 센터장이나 사무국장들이 나와 현장 활동가들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수많은 경험과 감성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몇몇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주민역량강화가 아니라 주체역량강화(주민, 행정, 학자)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개인의 민원을 해결하거나 이해관계를 실현하려는 주민보다는 공공성이 살아있는, 시민성이 있는 주민과 파트너쉽을 형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민협의체라는 이름보다 오히려 순수한 주민모임이라는 형식으로 함께 사업을 논의하는 게 맞다."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가도 역시 명확한 답은 없다. 누가 확실하게 답을 낼 수 있겠는가. 참석자들 역시 답이 없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할 따름이다.



최근에 새로운 현장지원센터 개소를 준비하며 주민과 주민주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험과 시각차가 생각났다. 주민주도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주민은 계획도 주민들이 세우고 현장센터도 주민들이 구성하고 예산도 주민들이 집행하는 것으로 여기며 매우 강력히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기를 주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 않고 합의와 역할분담을 이야기하는 의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던 순간이었다. 주민주도의 범주에 대한 고민이 생겼던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똑같은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이고 그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비슷한 상황을 지역의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풀어나가려는 노력들은 계속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과 재개발의 주장이 펼쳐지는 일이 제주만의 현상이 아니고 주민들의 변화과정을 확인하는 일 등 다른 형태의 사례들이 내년에도 소개될 것이다. 제주의 문제가 전국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회적 연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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