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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Aug 26. 2018

도시재생과 음식을 이야기하다

가치있고 가치잇고 같이있는 제주음식커뮤니티 '음식과 인문학 그리고 제주'

지난해부터 시작해 2018년 6월 30일까지 진행한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사업의 사전 공감 프로그램으로 총 6차례에 걸쳐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에 대한 진행상황과 내용을 책자로 정리한 결과물의 서문. 그냥 글로 기록하고픈 내용을 담았다.  


도시재생을 이야기하면서 음식을 주제로 프로젝트 이야기는 사람들이 낯설어한다.

 공간을 살려내고 사람들을 모아서 공동체나 모임을 활성화시키는  업무에 음식강좌나 소셜다이닝을 이야기하는 경우 아직까지 낯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음식이라는 주제만큼 우리 일상에서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주제가 또 있을런가.    


"어떻게든 밥심(힘)으로 견뎌야 한다 “     

많은 어른들은 이 말을 진리처럼 여겼고 나 역시 상당 부분 동조하면서 생활해오고 있는 사람 중에 속한다. 먹고사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관계가 의외의 결속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가 우리네 인사에도 그 진실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밥 한번 먹자 “가 아주 편안한 인사말이 되어버렸다. 바쁘기에 만나지 못하지만 만나서 서로 간의 관계를 재확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의지인 것이다.     


산지천 주변지역의 공간을 활용해 지역을 활성화시키는데 일조를 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공간을 기능에 맞게 조성하고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는 공간의 구조를 음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기로 하고서 말이다.


도시재생을 비롯해서 도시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밥 한번 먹자는 이야기를 도시의 생활에서 적용하면 어떨까. 혹은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도시에서 흩어지고 파편화되어가는 우리네 생활의 인간관계를 복원하는 단초로 삼으면 어떨까. 사전 공감 프로젝트를 비롯한 음식커뮤니티는 그런 의도로 시작됐다.      


도시재생에서는 공간과 장소와 함께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다. 즉 소프트웨어의 역할에 대해 밑바탕에서부터 연결고리가 있어야 그 위에 공간이 만들어지든 장소가 지정이 되든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는 사업인 것이다. 


우리가 음식과 인문학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사전 공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의도한 내용은 사실 작은 결과를 의도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볍게 모으는 시도들을 해보고자 했다. 그 시도의 첫 시작을 누구에게나 관련 있는 음식을 주제로 하려고 했다. 더구나 그 음식이 이야기를 담고 있고 맛있는 음식이라면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호기심 자리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열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추진됐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 사람들은 음식에 관심을 가지며 모였고 그 음식을 만들어 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맛을 음미하고 음식 본연의 이야기와 제주의 이야기를 말하고 들을 수 있었다. 그 여정을 그냥 놓쳐버리기에는 아쉽고 아까운 장면들 투성이었다.      


밥 정을 이야기하려 한다. 밥 먹으면서 쌓이는 정이 무엇보다 가장 무섭고 끈끈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믿고 있다. 도시재생이라는 범주에서 시작해서 목표가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장소에 애착을 갖고 좀 더 나은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 관계의 시작을 음식에서 진행하고자 한다. 음식을 통해 쌓인 밥 정을 조금씩 엮어가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이후에 좀 더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을 찾아내면 좋을 것이다. 설사 새로운 무엇이 아니더라도 함께 모여 즐겁게 자신들의 이야기와 지역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왜 안 되겠는가. 


그 장소를 편안하게 찾아가는 과정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자 한다. 그 시작을 사전 공감 프로젝트를 통해 펼쳐봤고 음식이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관계가 같이 함으로 인해 가치있으며 가치잇는 일이라는 점을 생각을 하게 됐다. 동을 뜬 만큼 최선을 다해 지속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 연속해서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동안 관계된 많은 분들의 많은 노력이 새로운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더불어 밥 먹으면서 하게 마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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