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Aug 26. 2018

태풍의 바다를 만나다

광치기에서 바라본 바다의 새로운 느낌

파도와 맞설 힘이 있는가요?

태풍 솔릭이 본격적으로 몰아치기 전날, 아직 날카로운 발톱의 전조를 살짝만 드러내기 시작한 날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굉장한 기대감을 만들어낸다


이미 태풍이 지나고 결과가 뻔한 순간이 되었지만 무엇이든 일이 발생하기 전의 긴장감은 언제나 사람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태풍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중 몸으로 느끼는 척도는 아무래도 바람의 세기를 직접 맞닥뜨리는 일과 태풍이 불러일으키는 파도를 쳐다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일이 가장 쉬운 선택 중 한 가지일 것이다.  

무엇이든 일이 발생하기 전의 긴장감은 언제나 사람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광치기, 본격적인 태풍의 밀도를 느끼기에는 다소 동떨어진 장소이긴 하다. 법환포구나 서귀포시내의 어느 포구가 아니더라도 광치기 해변은 파도의 거친 숨결이 성산일출봉의 경이로움과 함께 콜라보를 만들어내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공간이다. 


평소에도 자주 찾는 곳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흰색 포말이 부서지는 파도의 위력이 거세다. 간간히 얼굴로 흩뿌리는 빗줄기가 곧 몰려올 태풍을 예고하고 파도 역시 계속 성난 물결의 심성을 일깨워준다.

'나 곧 가니 기다리시오'


그 때문인인가 잠깐 동안 해변에 서있기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잠깐 차로 피했다 다시 나오기를 반복한다. 옷이 서서히 바다와 하나가 되어간다. 몸이 무겁다. 몸무게가 느는 것도 아니고 땀도 아닌데 파도와 함께 밀려오는 빗줄기 혹은 바람에 섞인 습기가 온몸을 강타한다. 나 잠수하고 있나?

  

 

성산의 파도와 성난 물결은 너무도 이중적이다. 깎아지를 듯 언제나 독야청청하고 있는 일출봉의 뒤쪽 바위를 향해 마치 바다의 모든 물고기나 그동안 쌓였던 불만들을 몰아붙이듯 하얀 이빨을 성나게 내뱉으며 달려온다. 해안으로 몰아붙이는 파도가 겹쳐지는 순간에는 한 마디 탄성이 튀어나온다 


"아~ 멋지다."


분명 성나있음을 알겠는데 그게 두렵거나 무섭기보다 좀더 좀더 하면 파도의 높이와 거센 물결의 기세가 해안으로 압도되어 튀어나오기를 몇번이고 기다린다. 이번 파도가 더 거세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는 심정으로 보내는 시간이 벌써 한참이다. 


 너무나 거센 바람과 물결조차 아직도 본경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현재의 몰골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편이다.  아직까지 파도와 바다 그리고 해변이 함께 기쁨을 주고 있는 순간이어서 다행이다. 더구나 배경이 일출봉인데 무엇이 아쉽겠는가. 바다의 색조차 그에 호응하려는 듯 은은한 옥색으로 밑그림을 받쳐준다. 그림으로 그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가. 화가에 대한 부러움이 파도만큼이나 거세다.

이번 파도가 더 거세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는 심정으로 보내는 시간이 벌써 한참이다

 물결과 파도가 거세지는 시기에 이곳에 와보고 싶다. 태풍의 절정기에 바다는 어떠할까.  치기어린 생각이 들었다가 태풍이라는 게 내 맘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 미련만은 접는다. 대신 이쯤에서 태풍 아니 자연에 대한 경배와 함께 발을 돌린다.   


어이는 없지만 고인이 된 패트릭 스웨이지의 영화 '폭풍 속으로'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이 아닐 텐데... 진짜 이런 날씨에 파도를 타기 위해 바다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그 이후 날씨는 폭우와 바람으로 수많은 안타까운 일을 만들어냈지만 그와 별개로 태풍은 만들어내는 피해와 인명손실과 달리 자연의 이면을 보인다. 폭염과 가뭄으로 찌든 날들을 몇일이라도 잠재울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갯바위에 서서 낚시줄을 던지는 분들은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재생과 음식을 이야기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