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전남 순천에서 전국도시재생한마당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매년 전국 각 시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진행현황을 보여주고 서로간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다. 각 지자체마다 자신들이 사업을 더 잘하고 있다는 점을 뽐내며 타 센터에서 뭔가 새로운 사례를 찾으러 다니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만 266곳에 이르고 뉴딜사업 이전에 선정된 사업지까지 합하면 300곳에 이르다 보니 각 사업지마다 보여주는 모습은 거대한 정보의 흐름이 되곤 한다.
도시재생뉴딜 3년째. 사업유형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도 유사하다보니 사업의 진행패턴이나 문제, 문제 해결의 노하우 역시 비슷해지는 측면이 강하다. 같은 편이 많아져 반가우면서도 전문성과 특색 없이 유사한 사업을 양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함께 생긴다.
전국의 도시재생센터는 광역센터와 기초센터, 그리고 현장센터 3가지로 나뉜다. 지자체의 성격과 사업지에 따라 센터의 역할이 분화하고 전문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의 성격성 기초자치단체가 없어 기초 도시재생지원센터 역시 없다. 광역센터가 기초센터의 역할도 하고 제주시 원도심 사업에 대해서는 현장센터 역할도 하는 유일무이한 특수한 경우로 인정되고 인구에 회자된다.
그러나 제주도 센터가 가진 특이한 것 중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재생센터 안에 도시디자인팀이라는 부서가 있다. 많은 센터나 행정에서는 디지인팀이 있으니 내부 문서를 디자인하거나 카달로그 디자인 등에만 사용되는 통상 시각디자인팀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도시디자인팀은 3년 전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도시지역 특히 재생지역의 공공 디자인적 요소나 재생사업이 자칫 개별적으로 시행되면서 놓치기 쉬운 경관이나 유니버설디자인, 혹은 보행환경과 주거환경 등에 도시디자인적인 요소를 결부시키고 더불어 이를 사업적으로 확장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솔직히 3년간 이 조직은 원래의 의도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도시디자인 사업보다는 제주시 원도심 마중물사업을 진행하는데 더 큰 역할을 했다. 도시디자인이라는 원래의 정체성을 재생사업이나 제주도 전체에 발휘할 기회는 극히 적었다.
공교롭게도 제주도내 도시디자인 조직이 도시디자인 담당관제로 바뀌면서 많은 협력을 기대했지만 이 역시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이유가 무엇이건 개방직 전문가가 무기력하게 떠나고 말았다. 이번에 다시 직무대행이 발령을 받았다. 도시디자인이라는 분야는 분명 꽤나 전문적이고 아직 명확하지 않은 요소가 많은 사업영역이다. 여기에 파트너로서 도와 함께 하기 위해 3년 전 만들어진 팀은 도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데 성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이름만 존재하고 있다.
제주의 특이성을 이야기하다보면 국토부나 관련조직에서는 언제나 경관 요소를 고려할 때 제주를 먼저 떠올린다고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공교롭게 제주에서는 아직 조직적 체계에 비해 전문적 사업과 이를 위한 협력과 연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전국적으로 관심이 놓아지고 제주의 사례를 보기위해 방문과 설명을 요청하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 이제 그 결과에 도시디자인 부분 역시 한축이 되기를 기대한다. 내년 도시재상한마당에도 제주만의 사업적 특수성을 보여줄 요소로 도시디자인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외부개방직으로 선발된 전문가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는 푸념을 토로하며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전문성은 혼자만 가지고 있다고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할 때 더욱 빛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근/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