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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Apr 06. 2016

제주의 봄 꽃길 6선

벚꽃을 벗 삼아 벗어나고픈 벗들을 위한 길

4월 초 제주는 온통 난리다. 도 전역이 꽃으로 물든다. 

어디 제주뿐이겠는가. 다만 소식이 다른 곳에 비해 약간 빠를 뿐이다. 

그 빠른 소식이 더 설렘을 준다.

제주대 가는 길, 비자림로, 녹산로, 위미 가는 길, 장전리, 전농로

주말 내내 작심하고 벚꽃이 유명한 제주의 길들을 둘러봤다.

제주대학교 가는 길, 비자림로, 녹산로, 위미 가는 길, 장전리, 전농로.

한결같이 벚꽃으로 유명한 길이다. 

서로가 뽐내는 벚꽃은 같지만 어디에 어떻게 피어나느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안타깝게도 4월 3일인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야간에도 꽃구경을 할 수 있도록 등을 달아놓은 곳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시간문제로 찾아보지는 못했다.

벚꽃길의 모습과 운치를 가볍게 정리해 본다.


1. 제주대학교 가는 길


제주대 앞길은 대학으로 가는 낭만의 길 답다. 이미 명소가 되어 대학과 상관없이 꽃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대학이라는 명칭이 주는 운치가 결합되어 더 의미 있는 거리가 된다.

이미 번화가다. 지난해 우연히 학교에 일이 있어 왔다가 벚꽃을 보고 알아챈 거리지만 이번에는 주말이라 그런가 상춘객들이 가득가득하다.

대학이라는 명칭이 주는 운치가 결합되어 더 의미 있는 거리

차가 너무 많은 것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차를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왕복 4차선에 갓길에 보도까지 합치면 꽤나 넓은 길에서 벚꽃의 향취에 취해볼 수 있는 거리다.




2. 비자림로(비자림에서 평대 가는 길)


비자림로는 이전에 몇 번이고 지나가 본 길이지만 그 길이 벚꽃의 시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잘 몰랐다.

다만 호젓한 느낌을 주는 평화로운 길일 것이라는 점만은 예상이 됐다.

제주대학교 앞길의 번화함과는 사뭇 다른 길을 만나니 가슴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종종 내 뒤를 따라오는 차를 먼저 보내고 창을 열어 손을 내민다.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과 봄의 기운이 꽃과 함께 차 안으로 스며든다.

나는 이곳에서 따스함을 느낀다. 


호젓한 느낌을 주는 평화로운 길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세화 바닷가가 나온다. 그곳에서 푸른 바다를 맞을 것이고 그 바다에 앞서 마음을 이곳 벚꽃길에 내려놓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에 놓인 마음은 바다에서 다시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오가는 차들이 적다는 느낌만으로도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방금 지나온 곳의 여운, 같은 벚꽃임에도 화려함과 함께 되돌아 온 길을 슬적슬적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의 안식을 준다. 

호젓함을 절로 느끼게 하는 길의 연속이다. 


3. 위미(남원 태위로)


남원에서 위미로 가는 길은 시간을 거슬러 가는 타임머신과 같다. 서귀포의 제주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서귀포의 여유가 있는 거리, 혹은 따뜻한 남쪽나라 어딘가를 찾아왔다는 느낌.

이 길을 지나면 시간이 천천히 흐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서귀포의 여유가 있는 거리, 혹은 따뜻한 남쪽나라 어딘가를 찾아왔다는 느낌

마음껏 무단횡단을 하고 싶어 지거나 길 한가운데를 천천히 걸어가고픈 희망을 갖게 한다.

혹은 이곳이 바다와 접해 있다는 자연스러운 상상도 가능케 해주는 벚꽃길.

시간을 멈추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면 이곳을 지나가 보길 바란다.

사실은 이곳의 변화는 이미 미래로 달려가고 부동산 값의 폭등은 이루 말할 수도 없지만

느낌만은 70년대나 80년대의 순박한 처자를 떠올리게 하는 거리다.

길 한가운데로 나서 저들 역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들의 마음도  호젓한 길 한가운데로 나서 걷거나 사진을 찍고 싶을 뿐이다.

길을 가다가 이런 길을 만나게 되면 차를 세우지 않는 감성이 더 이상한 것이다. 누구나 멈추고 자신을 이 풍경에 동화시키고 싶은 감성을 가졌을 것이다. 그 감성이 거리와 함께 너무나 잘 살아나는 거리가 위미다. 꽃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전의 건물들이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4. 녹산로


가시리의 녹산로는 화려함으로 치면 누구와도 빗대기 쉽지 않은 길이다. 다른 벚꽃길들과 달리 여기는 경쟁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제주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인 유채꽃도 좋은데 그 유채꽃이 벚꽃과 함께 피어있는 장면을 보기란 쉽지 않은 기회이자 감동적인 순간이다. 6km 가까이 되는 길을 서다 가다 수없이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데 지겨울 수도 있겠을 거리지만 그 말 대신 경이롭다는 탄성이 먼저 나온다. 

가끔은 꽃이 불탄다는 말이나 풍경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곳.

이 길을 걸으며 기분이 업되지 않으면 조금은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이 분명하다.

가끔은 꽃이 불탄다는 말이나 풍경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곳

한국의 드라이브코스 10선에 올랐다던가 다양한 랭킹에 꼭 빠지지 않는 길인 만큼 그만한 이유가 있음이다. 

첫 유채꽃만의 운치가 곧 초라하게 느껴지는 두 가지 꽃의 향연은 이후 이 길을 지나며 다른 동화의 세계나 환상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 끝이 한동안 계속되지만 이제 동화에서 깨어나야지 싶을 때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5. 장전리


토요일을 저녁이 지나자 날이 한껏 지뿌듯해진다. 필시 비가 온다 했으니 벚꽃이 걱정이다.

이제 겨우 피었는데 비바람에 장사 없을 텐데 걱정이다.

비가 내리면 또 다른 꽃잎의 비가 함께 내리기 마련이다.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잦아들기는커녕 계속 세지기만 하더니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주말에 벚꽃축제를 열고 있는 와중에 비가 내리니 관계자들은 울상일 것이 분명하다. 

장전리 벚꽃길은 올해부터 길을 막고 왕벚꽃축제를 열었다.

제주도의 봄길은 어느 길을 막고 축제를 벌여도 다 비슷하다. 벚꽃이 핀 거리가 워낙 많거니와

그 이쁨의 정도가 어느 곳의 우열을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장전리에 가기 위해 지나는 노형로터리에서 광령리 들어가는 길까지도 눈을 뗄 수 없다. 한가득 피어난 벚꽃이 그칠 줄을 모른다. 광령리에 들어서 길도 가슴을 스러내리기는 마찬가지. 

이 경치를 두고 그냥 지나쳐 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전초등학교 앞에 차를 멈췄다. 기세 좋게 도로를 막고 있다. 

뛰업뛰엄 보이는 벚꽃을 지나 한 순간 확 피어난 꽃들이 춤을 춘다.

그 아래 행사용 천막을 잔뜩 펼쳐놨다. 

굳이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될 듯한데... 장전리의 벚꽃은 제주시 외곽 마을의 정겨움을 준다.


뛰업뛰엄 보이는 벚꽃을 지나 한 순간 확 피어난 꽃들이 춤을 춘다

도심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깊숙한 마을도 아닌 약간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주변의 마을이라는 점에서 벚꽃도 그렇게 피었나 싶다. 다른 곳처럼 촘촘하지는 않지만 마을의 안 길을 서서히 물들여 가는 벚꽃의 분위기가 일순간 확 피어나다가는 뚝 끊겼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길을 막으면서 까지 축제를 할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아름아름 찾으면 더 운치 있는 풍경과 여운을 주지 않을까 싶다. 

밤에 불을 밝힐 준비를 해 두었는데 이를 보지 못해 아쉽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는 길은 충분히 벚꽃의 아름다움과 운치를 뽐낸다. 정작 메인이벤트는 어쩌려고 사전예고부터 이리 심상치 않을까 싶다. 가기 전 여러 번 차를 멈춰야 했다. 비가 벚꽃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다.

장전리 마을에 들어서자 벚꽃보다 팽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비가 온 때문인지 거리는 한적하기만 하다. 연인들에게는 다시없는 분위기인 듯.



6. 전농로


제주시는 시내 곳곳에서 벚꽃을 볼 수 있다. 평화로로 나가는 노형로길은 물론이거니와 연삼로를 달리거나 번영로를 달리기만 해도 벚꽃의 운치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심에서 벚꽃의 집중적인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 중 전농로만 한 곳은 없을 듯 싶다. 종합운동장 주변도 좋지만 전농로에는 양옆에 가게들이 늘어선 살아있는 생활의 거리라는 점에서 꽃과 생활의 결합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역시 꽃길은 연인이 걸어야 제맛이다

꽃도 역시 생활의 일부일 때 더 빛을 발한다.

역시 제주 왕벚꽃축제의 이벤트 자리답게 길을 막고 축제를 벌인다.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임시 판매대가 설치되어 있고 밤에도 벚꽃거리를 감상할 수 있는 불을 밝히고 있다.

일요일 대낮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연인들뿐 아니라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역시 꽃길은 연인이 걸어야 제맛이다.

비덕에 오리혀 한가로운 거리를 걸어보는 행운도 함께 맞았다.



벚꽃의 풍성함에도 정치는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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