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도시 단상
도시랄 것도 없고 제대로 된 거리랄 것도 없는 거리를 지나다 갑자기 차를 멈춰 세웠다. 어디인지도 모른다. 생전 처음 와보는 곳이다. 근데 차가 멈춘다.
대단히 안타깝다거나 아쉽다거나가 아니라 한적한 거리기에 멈춘 곳이다.
일행이 담배 한 대를 피며 잠시 쉬어 갈 곳을 찾던 차에 만나 거리.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났을 거리지만 발길이 자연스레 머무는 거리.
영산포가 있는 지역에서도 꾀나 떨어진 외곽에 있는 곳이지만 도로변을 향해 적지 않는 상가와 집들이 늘어서 있다. 도로 건너편이 영산포 풍물시장으로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한때 이곳 역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들락거렸을 곳이다. 영산포 풍물시장과 영산포 우시장 사이을 지나는 도로변에 있는 다 허물어져가는 건물들. 아직도 한두 집에는 사람들 주거의 흔적이 있다.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거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예전에 나주목 앞에 있는 나주도시재생지원센터를 방문해 한참을 설명을 듣고 난 후 처음 나주에 관심이 생긴 때문이다. 나주야 전라도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그 근원의 도시이고 영산포는 일제시대와 그 이후에도 한창 번성했던 도시로 들었다. 더구나 홍어의 거리가 있는 곳이기에 영산포를 찾아보니 홍어가 모이는 곳으로 목포나 신안에서 싣고 온 홍오가 영산포쯤에 도착할 때가 맛이 좋아 홍어집들이 생겼다니 하니 믿어볼 밖에.
물론 이곳이 나주시의 핵심도 아니고 강에 위치한 하항으로서 번창한 영산포 항구의 메인 거리도 아니지만 그냥 길 가다 만난 거리에서 느껴지는 도시 쇠락의 느낌이 전해지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도시재생에 미친다. 나주 혁신도시로 인한 나주 구도심의 쇠퇴, 그리고 대도시로의 유입과 집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도시의 공동화 등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영산포에도 두 곳의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영산동지원센터도 있으니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들러 이곳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그나저나 홍어의 거리에 있는 유명한 백반집을 아침일찍부터 찾아들어 맛을 보려 했으나 오픈전인지라 새로운 밥집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만난 단상의 거리. 다른 밥집을 찾아 나선다.
새로운 지명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리의 이야기가 다시 궁금해졌다. 역시 도시는 예전과 달리 매력의 본질을 무궁무진하게 품고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