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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Apr 15. 2016

4월이 오면

외면하다가 도망칠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도망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넋두리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이미지 없는 말을 쓰고 싶었다.


4월이 오면 무섭다.

아무리 외면하고 외면해도 그날이 오는데

그 어떤 이유를 들어 딴청을 피워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상념들 때문에 오는 4월이 무섭다.

무서움을 숨기고자 도피처를 찾다가도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멈춰진다.

상상하기 싫은데 계속 상상이 되는 이놈의 시간들.

남들처럼 당당하게 맞서서 상황을 바라볼수가 없어 외면하고픈 순간이다. 

그 어떤 말과 이야기로도 자유로울 수 없어서 

또 다시 도망치듯 다른 생각을 떠올리려 애쓴다.

노란리본이 달린 페이스북 이야기라도 보면 재빨리 밑으로 내리고

누군가의 사진과 누군가의 기억을 행여 우연히라도 쳐다보게 될까 

서둘러 고개를 돌려버리는 4월.

그 4월이  엘리엇에게는 모든 것을 깨치고 살아 움트기때문에 잔인했지만

이 시간을 알았다면 그 역시 다른 잔인함을 이야기 했을 것이다.

죽음과 이별의 기억을 되새기는 상황은 여전한데

이제 그만 잊자며 털고 가자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잔인한 계절이다.


시간이 바뀌면 꽃은 피고 아이들은 자라난다.

풀잎이 파릇파릇함을 지나 신록을 향해 가는 속도를 낸다.

푸른 하늘과 따스한 날씨를 몸으로 받는 날이면 축복의 계절을 음미하며 사는 시간에 감사한다.

그런 망각의 주저없음이 무서워 무서워

오늘도 혼자 눈물을 훔친다.


아...이 무서운 4월에

용기를 내자고 말을 건네고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켜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몰래 움쳐볼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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