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Dec 20. 2022

2. 내가 먹는 음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2_객관적으로 내 몸 바라보기

내가 하는 일은 어쩌다가 번지르한 명분을 지닌 일을 조직의 전면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나는 명색이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의 추진단장이다.  무언지 모를 긴 이름의 조직이지만 아무도 그 실체를 모른다. 당분간은 알리려고도 안했고 알릴수 도 없었다. 행정에서 하는 사업의 중간지원조직이니 행정의 의지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고 농림부로부터 보조사업을 따와 제주시 농촌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그 사업의 대의 명분중 하나가 제주의 밭작물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사람들을 키워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앞으로도 한동안을 그럴 예정이다. 


암튼 그런 점에서 제주의 밭작물 특히 야채를 주요 상품화과 마케팅의 대상으로 삼고 열심히 캠페인 작업과 각종 사업을 하는 중이다. 그러기 위해 제주도에서 열심히 자신들의 일을 하는 올바른 농부장이라는 농부들의 조직과 인연을 맺었고 우리 행사를 진행하던중 그들이 개최하는 장터에 얼굴을 들이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추진단과 협업을 하고 있으니 가끔은 얼굴을 보여주고 참석해주는게 그들에게는 나몰라라 하지 않는다고 인식이 될터니... 대체로 작으나 큰 조직의 장자리를 맡게 되면 하는 일들이다. 


11월의 어느날 제주시 애월에 있는 농업기술원에서 올바른 농부장이 주말에 열렸고 나는 우리 행사중 중간을 마치고 그쪽 장터를 둘러보러 나섰다. 부스 이곳 저곳을 어슬렁 거리면 농부들이 힘들게 키운 건강한 채소들과 관련 제품들을 바라보면 몇몇개는 약간의 의무감으로 구매를 하기도 했다. 이쯤이면 도망가도 되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왔다. 장터가 문을 닫고 참석자들과 셀러들을 대상으로 작가의 북콘서트가 열린단다.


현직 의사가 채식주의와도 조금 다른 자연주의식에 대한 강의를 한다고 하니 꼭 듣고 가란다. 끝난 후 저녁까지 먹고가라고 하지만 토요일 저녁에 저녁까지 아내 혼자 저녁을 먹도록 놔둘만큼 용기가 드높지 않으므로 강의까지만 듣고 가기로 주최측과 약속을 했다.


[기후미식]이라는 책의 저자 이의철선생이다. 한시간 반이 넘는 시간동안 그는 세계 기후위기의 위험성과 인간이 탄소배출을 얼마나 하는지 그것들이 얼마나 우리 미래에 위협이 되면 우리가 먹고 사는 행위속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안좋은 행동과 먹거리가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역설했다. 그와 관련 사전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아하 저런 세계가 있구나."하는 감정이 솟아 올랐다. 이후 우리 삶의 먹거리중 의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증거를 내밀며 그동안 알고있던 모든 중성지방이나 당뇨의 원흉으로 불리운 탄수화물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했다. 50여년이 지나도록 우리나라의 탄수화물의 소비량은 거의 증감없이 동일했고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 늘어나는 수많은 성인병의 원흉은 언제나 탄수화물이었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나 건강챙기기의 첫번째 대상은 밥의 양을 줄이고 탄수화물섭취는 줄이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해결책이었다.

그는 탄수화물의 섭취량이 증가하지도 않았는데 왜 성인병과 관련 질병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을까. 그가 제시한 내용은 그의 책을 통해 얼마전 알게 됐지만 그 결론은 탄수화물을 먹는 방법이 예전에는 물에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한 후 수제비나 칼국수같은 음식으로 먹었다면 요즘은 기름에 튀기는 간식으로 먹거나 버터와 설탕을 듬뿍 넣어 빵을 만들어 먹는 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결론은 이랬다. 탄수화물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먹기위해 사용하는 식용유와 설탕이 원흉이라는 것이다.


그이 논리와 책을 더 깊게 설명하거나 할애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날 나는 요즘 한참 나오기 시작한 제로콜라와 제로사이다를 당뇨환자가 먹어도 되는가와 같은 몇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그날의 강의는 내가 들어본 강의중 가장 급진적인 식단의 해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내게는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무엇을 먹고 살고 있지? 라면, 만두, 과자, 제과점의 빵들, 볶음밥,도너츠, 햄버거, 각종 튀김 요리들. 그 무엇하나 그가 이야기한 설탕과 식용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음식들이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살았던 것일까. 몇일이 지나도록 그의 생각을 좀더 알아보기 위해 그날 받은 책을 세심하게 읽어내려갔다. 


그의 주장중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동물성 단백질. 소고기나 돼지고기, 그리고 어류가 결코 좋은 영향을 몸에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나는 회를 먹으면 늘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의 논리에 따르면 가장 좋지 않은 음식중 하나를 먹은 셈이된다.


이게 도대체 뭐지? 뭔 기준이 이렇게 달라.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내 몸은 기존의 음식체계를 애용한 상황에서 더 이상 나빠질수 없는 지경에 이를만큼 악화되어 있다. 사실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그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나로서는 몇가지 원칙을 정하고 이를 따라 내 생활을 바꿔보는 노력을 감행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 아니겠는가. 이래도 몸이 좋아지지 않으면 그때는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다가 고통속에서 단명하면 될 일이다. 그 전에 이전의 건강, 이전의 몸무게, 몸이 아프거나 쇠락해가되 연착륙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삶을 되찾는 일을 해야 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다.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무엇을? 세가지. 동물성 단백질, 식용유, 설탕. 


그런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내 결심을 주워담을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닐 예정이다. 그래야 그들과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채식 아니 앞의 세가지 음식과 거리가 먼 음식들을 먹으며 살아가보려 할테니 말이다. 될까. 누가 알 수 있으랴. 내년 이맘때쯤에 터무니 없는 뚱보가 되어 있거나 조금은 건강하고 슬림한 중년이 되어있을 수도.

매거진의 이전글 서론_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