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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Dec 15. 2022

서론_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며

나도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_서론

나도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갑자기 채식을 생활의 모토로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적인 트렌드가 채식 혹은 비건이라 불리는 흐름에 매우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지구적인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의 일환으로 채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선택은 너무나 즉흥적이자 절실하다.


살면서 채식이라는 말을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 경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먹거리가 얼마나 협소하고 불편해지는가를 생각해보면 결코 나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몇 년 전까지 매일같이 술자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2차를 가면서 새로운 술자리를 이어가는 와중에 채식이든 육식이든 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비교적 육식에 매달리지 않는 취향이라는 자기 위안이 있었을 뿐이다.


모든 술자리에 육식이 빠지는 날은 사실 없는 편이기는 하다. 고기를 굽던가. 회를 먹던가, 아니면 무언가 전골이나 탕을 먹든 그 주재료는 언제나 단백질이었으니.


무모한 도전을 시작해본다. 아무런 준비도 없다. 내 인생의 행보가 그러했든 어느 날 문뜩 눈을 뜨며 주위에 선언을 했다. 채식을 하겠노라고. 잘 될지 모르겠다. 담배를 끊을 때도 그랬다. 서울의 월세집에서 세탁기가 들어가 있는 베란다라기에도 너무나 옹색한 집의 쇠창을 향해 담배연기를 내 품으며 하늘을 보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의아해서 즉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그 이후로 담배를 끊었다. 물론 이후 몇 번의 고비를 넘기기는 했지만  담배와의 관계는 영원히 이별하는 사이가 됐다.


채식도 그렇게 될는지는 모른다. 비건이라는 이름의 대열에 합세할 생각을 한다거나 무슨 멋진 이름으로 플렉시 테리언이라는 사회적 트렌드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다. 어느 날 문뜩 이제쯤 육고기를 끊어야 할 때가 됐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과 동일하다. 그게 깨달음이라면 좋겠는데 사실 내 생활의 실체를 되돌아보면 아무리 멋진 말로 포장해봐야 현실이 너무나 어이없기에 생존을 위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리라.


내가 이 일을 잘 이어갈지 모르기에 매일매일의 일기는 아니지만 내 결심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오히려 글 쓸 거리도 없는 판에 잘됐다는 생각도 들고. 몇 편의 글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채식 혹은 비건 혹은 자연식 뭐든 그냥 도전해 보는 도전기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혹시 또 아는가 이참에 요리에 관심이 붙어 느지막이 요리에 집착하면서 살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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