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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y 19. 2016

동네 뒷산의 한가로움... 아부오름

년말을 보내면서 주말에 어딘가를 가보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매주 주말 서울을 오르내리는 비행기에 익숙해지고 김포와 제주공항이 아주 자연스러워질 무렵 한해가 가고 다시 새해가 왔다. 또 시간이 마구마구 달려간다.


시간을 탓하거나 어쩌지?라는 기분을 느낄 여유도 없지만 초조함은 그 무엇보다 먼저 마음속에 자리잡는다. 


작심하고 스케쥴을 잡지 않은 주말을 맞았다. 주말에 앞서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고민고민이다. 다시 바닷가를 걸어볼까 아니면 한라산 도전을 해볼까. 여러가지를 생각해봐도 내 체력 여건상 간단한 오름을 가는 것이 맞겠다 싶다. 여기저기를 고민하다 역시 오름 군락 근처에 가보는 것이 정답이리라 싶다. 


아부오름을 향해 차를 몰았다. 


주차장이랄 것도 없다.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입구를 향한다. 이미 너 다섯대 가량의 차량이 줄을 지어 주차되어 있고 앞선 탐방객들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니 그냥 동네 뒷산이다. 

오름들이야 긴 호흡을 가질 일이 별로 없지만 아부오름은 차에서 보는 순간부터 낮으막한게 구릉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사람을 만만하게 만드는 주문을 건 듯하다. 


실상 무장해제를 당하는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 아닌 능선에 오르니 분화구 둘레를 한바뀌 돌기 딱 좋은 느낌이다. 분화구 아래쪽으로 인공조림해 놓은 삼나무가 줄지어 서있고 포근한 분위기를 전해주듯 여기는 쉬면서 천천히 가소 하고 말을 거는 느낌이다. 


지들은 지들 자리에 잘 들 들어앉았는데 나만 낯설고 생소하다고 느낄 뿐이다


오르기 어렵지도 않은데 주변의 다양한 오름들이 굽어보듯 내려보거나 치받혀서 올려보는 분위기가 아닌 약간의 시선만 멀리하면 부담없이 보이는 분위기다.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를 알겠다. 


왼쪽으로 한바퀴를 돌아보면 곳곳에 몇몇 익숙한 오름들이 눈에 띄인다. 가로지르는 도로 건너편은 백약이오름이 될 것이고 저쪽은 딱봐도 특이하게 생긴 동거미오름이다.  그때서야 지난번에 온 동거미오름과 문석오름의 낯선위치가 나의 무지였음을 알게해준다. 


지들은 지들 자리에 잘 들 들어앉았는데 나만 낯설고 생소하다고 느낄 뿐이다. 

백약이오름과 좌보미오름

아늑하다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장소. 다행히 올 겨울내내 하루가 제대로된 햇볕을 보여주지 않더니 그나마 약간의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태양빛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아...언제나 해맑은 하늘을 보며 겨울의 정취를 느껴보려나... 역시 그같은 기대는 사치에 가까우리라 생각한다. 


아부오름 

구좌읍 송당리 마을 남쪽에 있는 표고 301m(비고 51m)의 오름이다. 일찍부터 '아보롬'이라고 불렸고 송당마을과 당오름 남쪽에 있어서 ‘앞오름’이라 하며 이것을 한자로 빌어 표기한 것이 ‘前岳’이다. 또한 산모양이 움푹 파여 있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아부오름[亞父岳]’이라고도 한다. 오름 정상에 함지박과 같은 동그런 굼부리가 파여있다. 굼부리안 비탈에는 스코리아(scoria)층이 있다. 오름 대부분은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공으로 심은 삼나무가 있고 그 사이로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있다. 풀밭에는 솜양지꽃, 풀솜나물, 향유,쥐손이풀, 청미래덩굴, 찔레 등이 여기저기에서 자란다. <입구에 쓰여진 설명>


몇팀의 탐방객들을 마주치며 혹은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며 나름의 오름군란을 느끼고 다시 제자리에 섰다.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그 동네 한바퀴를 다 돌았다.


파노라마로 살펴본 아부오름 주변의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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