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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y 19. 2016

너무나 뻔한 이름... 그대로 직접적인 '높은 오름'

주연은 아니어도 긍지만은 남다른 높은오름


세화리에 약속이 있어 가는 길. 지난번에 동거미오름을 갔다가 지나쳤던 높은 오름이 생각났다. 


동쪽에서 다랑쉬오름 다음으로 높다는 높은오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높은오름이라니... 


동네에 전해내려 오는 이름들의 단순함을 연상케 한다. 동네 주변에서 다른 오름에 비해 높으니 높은오름이라고 지었을 것이고 그것이 어느새 이름이 되었다.


아부와 다랑쉬 동거미오름 등을 지나고 나니 송당에서 더 가깝다. 송당에서부터 한참을 들어간다. 입구도 불분명하게 조그마한 팻말이 보인다. 네비가 아니면 결코 찾아올 수 없으것 같다.

 

높은오름이라는 표지석을 지나고 나니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한다. 표지석에는 아무리 봐도 오를 수 있는 길이 없어 보인다. 혹시 다른 입구가 있는 것이 아닐까. 무작정 공원묘지 앞에 차를 세웠다. 지난번 지인과 함께 이곳을 지나면서 공원묘지 입구가 오름의 입구라고 알려주던 상황이 떠올랐다. 


동네 주변에서 다른 오름에 비해 높으니 높은오름이라고 지었을 것이고 그것이 어느새 이름이 되었다
높은오름 오르는 길


다행히 위에서 등산객 복장을 한 여성 한 명이 내려온다. 그 사람에게는 해 질 녘 공원묘지를 혼자 오르는 중년의 남성이 경계의 대상일 테지만 나에게는 그 여성이 반갑다. 그렇다고 반갑다는 표현을 할 수도 없다. 빤히 서로를 쳐다보며 지나친다. 이곳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 

 

참으로 놀라운 건 직접적으로 길이 정상을 향해 곧추 뻗어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직접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다. 이름도 직접적인데 올라가는 길 역시 망설임이 없다. 직선 길이다. 설마 이렇게 계속되랴 싶은데 마지막 정상 부근까지 약간의 사선 방향을 제외하고는 끝까지 일직선으로 계단길을 놓았다. 


그나마 중간에 한번 쉬어갈 수 있는 등성이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욕이 절로 나올뻔한 길이다. 어찌 무슨 생각으로 길을 이리 만들었을까... 


참으로 놀라운 건 직접적으로 길이 정상을 향해 곧추 뻗어있다는 사실이다


중간에 산소가 몇 기 공원묘지 위쪽으로 보인다. 이분들은 공원묘지 산소들보다 훨씬 이전의 묘지 들일 것이다. 제주의 묘지들은 산꼭대기에 모시는 경우가 많다.  노꼬메오름 정상 부근에 있던 산소를 보고 놀란적이 있다. 자식들이 이곳까지 오르려면 땀꽤나 뺄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오름의 정산 부근에 산소가 있는 것을 보면 명당에 대한 집착은 그 어떤 땀방울보다 더 강하다. 

 

높은 오름에 오르다 바라본 길

정상에 올라가며 방향을 잡는다. 바로 옆의 동거미오름과 문석이 오름이야 바로 전에 다녀와 당연히 구분되지만 다랑쉬오름의 모양새와 아끈다랑쉬의 위치를 확실히 알겠다. 그 모양새가 가끔은 헷갈렸는데 이제 헷갈릴 일이 없다. 점정 동쪽 지역의 오름이 머릿속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간다. 머지않아 사람들에게 지도처럼 알려줄 수도 있지 않을까... 




1차 고비를 넘기자 꽤 많은 묘비가 등산객을 맞는다


헤질 녘은 아니지만 날이 우울해지는 게 반짝이는 해가 있는 날 오름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아직 3시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날이 저물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종걸음으로 하산을 재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이제 세화 바닷가로 일하러 간다.


정상에서 바라본 다랑쉬와 아끈다랑쉬 오름
높은오름 분화구
눈앞의 동거미오름과 뒷편의 좌보미오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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