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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Jul 05. 2016

원시림과 조릿대와의 끝없는 조우_노로오름

한라산 중산간의 숲 속은 어찌 생겼을까?

굴메 오름(군산) 까지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4시를 겨우 넘기고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제주시내에 도착하면 해가 넘어가버리는 시간이라 미련 없이 일정을 접을게다. 근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하지가 지난 지 며칠 되지도 않는다. 낮 시간이 가장 긴 기간이다. 최소 8시까지는 밝은 기운이 충분히 유지될 것이다.


늘 가야겠다고 생각한 오름이 떠올랐다. 노로 오름이다. 시간이 많다면야 1100 고지에서 삼형제오름을 걸으며 한 바퀴 돌면 하루가 다 지나겠지만 지금은 2시간 정도 남짓한 시간을 예상하고 한 군데만 오르기로 했다. 노로오름은 삼형제 오름을 지나 한대오름과 함께 다음 코스로 이야기되는 곳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오름. 그러나 1100 고지에서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오름 중 하나이기도하고 돌아서 직접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동안 '짱을 보던' 오름이다. 한라산의 일반적 등산로 말고 숲 속에 숨겨져 있는 오름들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었다. 평소에 담아두었던 욕심이 길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노로오름. 내비를 쳤다. 아마도 노루오름의 제주식 발음이 분명해 보인다. 한라산 중턱에 있는 오름이라 길이 없다. 내비가 안내를 거부한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내비에는 바리메오름 주차장까지밖에 안내가 나오지 않는다. 그다음부터는 임도로 이어지는 길이다. 분명 차를 몰고 갈 수 있지만 내비상에는 길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일단 목적지는 바리메오름 주차장. 이전에 다녀본 적이 있는 곳이다. 가는 길 도중 연료가 빠듯해 조금 기름을 채웠다. 안 그러면 다녔다 나올 수야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사실 이 순간 기름을 넣지 않았으면 커다란 낭패를 볼 뻔했다.

한라산의 일반적 등산로 말고 숲 속에 숨겨져 있는 오름들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었다

바리메 오름은 평화로에서 산록도로 중 산록서로를 거쳐 어리목을 향하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입구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입구는 바리메오름이 아니라 함박재 농장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서있다.


나 보다 먼저 늦은 시간에 차량 한대가 주차장 입구를 향한다. 그 차는 내가 부담스러웠으리라. 분명 잘 모르는 길을 천천히 가고 싶은데 뒤따라 오는 차가 임도에서 거침없이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그 시간대라면 바리메오름에도 사람들이 거의 철수하고 없는 시간이다.


바리메오름 주차장을 지나면 곧 족은바리메 입구가 나온다. 그곳을 지나면 오래지 않아 삼거리가 나오는데 나는 좌회전이다. 직진을 하게 되면 골프장 끝자락 어딘가가 나올 것이다.


임도는 중간중간 포장이 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뚝뚝 끊겨가며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생각보다 길이 좋다. 또한 호젓하다. 아니 적막강산이다. 차를 달리며 창문을 열고 아무리 소리쳐도 들어줄 사람이 없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해 질 녘이 가까워오는 시간 누가 한라산 오름을 가겠는가. 그것도 일몰이 보이는 곳도 아닌 숲 속으로. 난 가끔 이런 무모한 나 자신이 의아하다.

해 질 녘이 가까워오는 시간 누가 한라산 오름을 가겠는가. 그것도 일몰이 보이는 곳도 아닌 숲 속으로

먼저 다녀온 사람의 설명에 의하면 좌회전 후 8km 가까이라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꽤나 깊은 산속이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들어갔다. 중간에 나오는 트럭과 RV 자동차 각각 한대를 만난 이후 아직 인기척은 없다. 숲은 점점 더 사람의 흔적과는 거리가 먼 듯 원시적인 느낌의 깊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늘로 높이 뻗은 나무와 그 나무들을 칭칭 감고는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대 넝쿨 숲의 분위기. 공교롭게도 어느 순간에 이르자 다양해 보이던 나무 밑의 식생은 조릿대의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한참을 들어가면 다시 삼거리다. 무작정 직진하기 쉬운 차량들을 위해 우회전해야 노로오름이라는 팻말을 붙여놨다. 누군지 모르게 고마운 일이다. 잘 기억해둬야 한다. 첫 삼거리에서 좌회전 다음은 우회전이다.  


길가에 산수국이 파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자연에서 파란색을 순순하게 맞이하기에는 흔한 색이 아니다. 산수국의 블루는 일견 바이올렛과 통한다. 꽃잎과 함께 멋스러운 자태가 그윽하다.


한라산 중턱의 수풀은 곶자왈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곶자왈이 상당히 끈적거리는 무엇이 어우러진 원시림의 미분화체라면 한라산 중턱의 수풀은 이미 상당히 제갈길을 다 가버린 오래된 연인 같은 구성을 갖는다. 나무는 나무대로 넝쿨은 넝쿨대로. 그리고 무엇보다 나무 아래의 식생을 장악해 버린 조릿대는 조릿대대로...


안으로 안으로 길은 이어지는데 임도가 끈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은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이미 주변의 인기척은 사라진 지 오래고 숲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을 그런 모습들만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나는 어디로 무엇하러 가고 있는 것일까.


한라산 중턱의 수풀은 이미 상당히 제갈길을 다 가버린 오래된 연인 같은 구성을 갖는다

불신의 신호를 스스로에게 보내고 있을 때 이윽고 노로오름이라는 팻말이 나무 중간에 쓰여있다. 오름지키기 본부가 세워놓은 팻말도 그렇지만 이정표처럼 임도와 상관없는 반대의 방향으로 노로오름이라고 쓰여있다. 그 사이로 오솔길이 보인다. 저곳이 노로오름 입구다. 나무 사이에 조릿대가 펼쳐지고 사람들이 다니며 난 길들. 쉽게 이야기하면 조릿대가 자라기 전 계속 밟아 흙길이 드러난 곳이 노로오름으로 가는 길이다.

노로오름으로 들어가는 입구.

노로오름의 입구에는 다행히 차를 세워놓을 주차공간이 있다.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이미 조릿대는 모든 나무 밑의 식생을 장악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자그마한 조릿대지만 그 길이는 길을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우거지며 키가 커진다. 다른 류의 풀들은 눈에 띠지도 않는다. 아예 없는 느낌이다.


나는 조릿대 사이를 걸으며 길을 잃고 헤매는 등산객과 같다. 조릿대 사이로 약간의 흙길이 보이지만 밖에서 보면 과연 저 길이 보일까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걸어도 걸어도 조릿대 사이를 걷고만 있을 뿐 고도가 아주 높아지거나 봉우리가 보이거나 오름의 정상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없다. 이 오름은 성격이 불분명해 보인다. 일이 오름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이 주변을 맴도는 느낌이다.


순간순간 밝은 기운 감도는 숲과 어두운 기운이 짚은 숲이 장소에 따라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외에는 도무지 차이라고는 확인할 수 없는 모양이 계속 이어진다. 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어디가 오름의 정상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곳에서 날이 어두워지면 조난은 따놓은 당상이다. 길이라고 생각되는 곳 밑에 흙이 조금 보이지 동서남북의 방향은 물론 경사진 높이 조차도 헷갈린다.

걸어도 걸어도 조릿대 사이를 걷고만 있을 뿐 고도가 아주 높아지거나 봉우리가 보이거나 오름의 정상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없다

얼마를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윽고 약간의 색다른 풍경이 보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이 왜 이리 반가울까. 조릿대와 제멋대로의 나무 이외에는 아무런 차이도 구분점도 없는 상황에서 덜렁 연못이 있으니 그 연못이 대단한 의미를 가지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노루도 이곳으로 물을 마시러 오지 않을까. 이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어디선가 푸드덕 거리며 거친 소리가 들린다. 노루가 나의 인기척에 놀라 멀리 바쁘게 도망친다. 녀석에게는 이 시간에 사람 소리가 났으니 놀래는 일이 당연하다.


연못을 지나자 비가 오면 물길이 이어진 개울의 흔적이 낮은 지형을 따라 형성되어 있음을 보인다. 평상시에는 물이 있을 턱이 없으니 바위에 맺힌 이끼만이 가득한 채 울퉁불퉁한 모습만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반갑다. 조릿대 이외의 모든 모습과 현상은 현재로서는 놀라운 예외일 뿐이다.

걷다가 만난 연못. 이 연못에서는 노루가 최대의 고객이 아닐까.

숲으로 난 길은 결코 직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뱀 모양의 길을 따라 좌로 혹은 우로 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 길의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다. 다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조릿대의 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과 발밑의 길이 보이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다.

조릿대 이외의 모든 모습과 현상은 현재로서는 놀라운 예외일 뿐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오래된 고목에서 버섯이 피어난 것이 보인다. 이것 역시도 반갑다. 산중에서 만난 버섯이 이렇게 반가울 수도 있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무가 굵어진다. 조릿대가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커지는 느낌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아래쪽보다 더 오래 공존하고 있었으리라.


무엇하나 이정표 될만한 것도 없이 한 시간여를 조릿대 밭 사이를 걷다 보면 모든 판단력이 흐려진다. 내가 제대로 노로오름을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혹은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헷갈리는 순간. 사람의 판단력은 그래서 참으로 별 볼 일이 없다. 그토록 확신에 차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모든 것이 흔들리며 불신이 더 가득 차니 말이다.

하늘로 높이 솟은 나무와 넝쿨 그리고 허리춤에까지 다다르는 대나무밭을 만나면서부터 길이 언덕으로 향하듯 비탈지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물 한 통과 사탕 몇 개가 전부다. 어디 마땅히 쉬고 싶은 공간도 보이지 않는다. 쉰다는 생각을 하려는 순간. 특이한 이정표가 하나가 눈에 띈다. 조그마한 막대기로 세워진 이정표가 왼쪽은 노로오름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직진하면 산책길이라는 표시인데 그 마저 부러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직진을 하면 노로오름 정상이 보일 듯한데 도무지 판단이 안 선다. 다른 누군가도 여기에 와서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을 테니 저런 이정표를 친절하게 만들어 두었으리라.


배가 서서히 고파지고 갈증도 심해진다. 등 뒤에서는 땀이 범벅이 된다. 그렇다고 쉴 수가 없다. 1시간가량의 방황에 대한 피로가 아니라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이제야 나타나지 싶다. 지금은 정상을 찾아 노로오름의 끝을 보는 것이 목표다.


길이라고 여겨지는 조릿대 사이의 빈틈.
정상으로 가는 도중 만난 특이한 덩쿨 숲. 처음에는 진지겠거니 했는데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보인다. 괜히 으스스한 느낌.

지친 내 상황을 아는 듯 비탈진 길은 나에게 등산 마지막의 고통과 어려움을 전해준다. 진짜 쉬고 싶다. 쉴 여지가 없다.


비탈을 따라 정상을 향하니 조금씩 조릿대의 분포가 옅어진다. 마지막으로 허리춤을 넘는 조릿대 대신에 키가 크지는 않지만 숲다운 풀과 나무들이 자리하기 시작한다. 조릿대가 오지 못하는 곳인가. 아니면 조릿대가 물러나는 중인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정상을 찾아 노로오름의 끝을 보는 것이 목표다

순간 어디선가 공포의 소리가 들린다. 통상 숲 속에서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무서운 일이다.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저 사람이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대체로 노루나 꿩이 갑자기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다. 순간적으로 깜짝깜짝 놀래게 한다. 아래에서 노루 소리는 한두 번 나를 놀라게 하여준 덕에 나름 익숙하다고 생각한 순간. 가까운 곳에서 사납게 짖는 개소리가 난다.


도대체 이 소리는 뭐지? 지금 시간에 누군가 개를 데리고 이 깊숙한 한라산 숲 속에서 산책을 할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다. 집 나온 들개밖에 없다. 순간 공포심으로 등짝부터 소름이 돋는다.


무섭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다. 이렇다고 가던 길을 멈출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나를 스스로 추스르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문제는 내려오면서 저 녀석을 만나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든다.

그러는 와중에 정상이다. 정상이라고 해봐야 노로오름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쇠파이프 하나가 전부지만 이것이 이토록 반가운 만남일 줄은 몰랐다.

조릿대가 오지 못하는 곳인가. 아니면 조릿대가 물러나는 중인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주변은 안개로 가득 차 있어 아무런 경치도 감상할 수 없다. 처음에는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들더니 내려가려고 하는 사이 조금 안개가 걷히는가 싶다. 다시 정상에 올라 한라산 방향 쪽을 바라본다. 멀리 봉우리가 세 개 희미하게 보이고 맨 뒤편의 조금 높은 봉우리에 군 기지를 표시하는 철탑 같은 구조물이 보이는 듯하다. 


각도상으로 따져보면 삼형제 오름이 차례대로 보이는 것이다. 다음에는 저곳을 거쳐 이곳으로 와야겠다.

삼형제 오름의 희미한 모습

이제는 내려갈 길만 남았다. 사람의 관점의 차이는 늘 무섭다. 올라올 때는 빨리 올라가기만 기다렸지만 막상 내려가 보니 모든 길이 낯설다. 더구나 길이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순간순간 이 길이 맞나 싶게 길을 가다가 한두 번은 판단을 의심하게 된다.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린 덕인지 황당한 곳으로 가지는 않는다.


문제는 올라올 때 들었던 들개 소리의 정체다. 혹시라도 이 녀석을 만나게 된다면 낭패다. 순간 내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도구가 없을까 머리를 굴린다. 그렇다. 배낭 안에 셀카봉이 있다. 일단 셀카봉을 꺼내 적당한 길이로 늘려놓은 후 혹시라도 무언가 달려들 것을 대비하며 자세를 취해본다.


이제는 속도를 내며 빠르게 원래의 출발지로 돌아가는 길이다. 원래 시간이 있으면 족은노로오름을 거쳐 삼형제봉의 옆을 지나면 1100 고지로 도달할 수 있을 테지만 차라 밑에 있으므로 그길은 전혀 선택의 방향이 아니다.

일단 셀카봉을 꺼내 적당한 길이로 늘려놓은 후 혹시라도 무언가 달려들 것을 대비하며 자세를 취해본다

내려가면서 알아 채린 사실 한 가지. 그렇게 평평하게만 느껴졌던 모든 길이 조금씩 경사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내 발걸음을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며 오름을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려가는 길의 속도가 빨라진다.  내려가는 내내 사람이든 짐승이든 아무것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걷는다. 내 스스로 나의 이 산행을 의심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역시 이런 긴장이 있어야 혼자 다니는 재미도 있지 않나 싶다.


날 밝은 날 일찍 이곳을 오면 아무 일도 아닐 산행일 테지만 숲 속의 해넘이는 다른 지역보다 빠르므로 걱정이 됐다. 그래도 저 앞에 차가 보이니 왜 이리 반가운지.

이제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기만 하면 된다. 들어올 때 좌회전 우회전을 했으니 역으로 가면 된다.

차를 몰고 임도를 달리다 우회전을 했다. 길이 들어올 때 못 느낀 것처럼 낯설다. 분명히 바리메오름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와야 하는데 도무지 삼거리길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를 달렸는지 갑자기 아차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삼거리에서 우회전으로 들어왔으니 좌회전을 해서 나가야 하는데 우회전을 한 것이다. 아까 의심스러운 삼거리가 그곳이다. 이미  너무나 멀리 들어왔다. 지도를 켜서 위치를 찾아본다. 조금만 더 가면 1100 도로가 가까울 만큼 멀리 들어왔다.  의도는 1100 도로를 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숲의 느낌이 좋아 계속 달리기로 했다.

길이 들어올 때 못 느낀 것처럼 낯설다

한참을 달리니 한라산 둘레길이 나온다. 허걱... 그리고는 임도가 끝이 났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나오는데 저 길이 어디로 연결될지는 모르겠다. 더 이상 달리는 것은 무리다. 해가 질 시간도 가까워진다. 아쉬움과 멍청한 자신에 대한 질타를 함께하며 원래의 장소로 돌아간다. 오래 거리를 달려가자 바리메오름 주차장이 나오며 하늘에 구름이 멋지게 나를 반겨준다.


긴 하루 집으로 갈 시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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