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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 Oct 15. 2019

[책읽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경제학 서적인줄 알았다. 막상 읽어보니 에세이다. 말 그대로 시골빵집 이야기다.


저자는 일본 시골에서 천연균으로 빵을 만드는 사람이다. 공장에서 제조된 이스트가 아니라 고택에서 직접 채집한 균과 효모로 반죽을 발효시켜 만드는 이른바 일본주종 빵이다. 빵을 만드는 과정에 마르크스를 접목시켜 이야기한다. 균이 적절히 부패하며 빵의 맛을 만들듯 돈도 부패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부패는 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천연균이 썩어서 빵의 맛을 촉진시키듯 돈도 썩어서 순환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처음 빵집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불황으로 위기를 맞다 아버지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보라 권했단다. 이때 바로 부패하는 경제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마르크스를 읽지 않았더라도 그의 빵집 운영철학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은 그의 방식에 힘을 보태어 주었을 것이다.


사실 요즘에는 '천연 맹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본주의 비판이 반드시 천연주의로 가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천연 예찬'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다만 현대사회의 자연주의 움직임에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원리에 의해 생산된 편의점 도시락이 하루에 한 점포당 30개씩 버려지는 것을 보고 자연재배 방식으로 귀농을 결심한 사례가 책에 나오듯 말이다.


늘 자본주의의 대안을 고민한다. 결국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민주의가 대세가 되는 것 같다. 이는 정치의 문제다. 정치를 뛰어넘어 개인과 그가 속한 공동체가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꽤 흥미로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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