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길의 요구르트 판매원과 집배원

[평일의 의식의 흐름. 여름] #4

by 임재훈 NOWer


#summer #4 DSC05803.jpg
#summer #4 DSC05810.jpg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정온해지는 특정 직업군이 있다. 과일가게 상인, 카페 바리스타, 동물원 사육사, 세탁소 관리자, 금은방 시계공, 안경점 안경사, 동네 요구르트 판매원, 빵집 제빵사, 오토바이 탄 집배원, 젊거나 나이 든 환경미화원. 당장 생각나는 게 이 정도고, 아마 곰곰 떠올린다면 더 많은 직업들을 열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분들의 존재에서 나는 왜 편안함을 느낄까. 잘 모르겠다. 그럴듯한 이유를 못 찾겠다. 어린이 시절부터 줄곧 그분들을 보아 왔기에 친근하고 다정한 기억이 많기 때문이려나. 유년기의 영향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그분들 앞에선 언제나 다소곳이 있게 된다. 좀 죄송스럽기도 하다. 정작 그 직업군의 한 분 한 분은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시는 중일 텐데, 어디서 한량 흉내나 내고 있는 나 같은 녀석이 제멋대로 그분들한테서 편안함을 느끼고 앉았으니. 나도 이런 내가 부끄럽지만, 그분들의 존재 자체로 내 마음밭이 너누룩이 달래지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뙤약볕 아래 그늑한 우이령길을 혼자 걷다가, 냉장 전동 카트를 운전하는 요구르트 판매원과 빨간 오토바이를 조심스레 모는 집배원을 보았다. 역시나 송구하게도, 또 편안해지고 말았다. 고갯길 위 그분들의 뒷모습을 멀찌감치 카메라에 담으며 수줍게 중얼거렸다. ‘고맙습니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이전 03화오리 리스펙